수제맥주 시장이 제도적 개선과 수요에 힘입어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제맥주가 소비자 선택지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물류에 대한 시스템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다양성’ 내세워 몸집 키우는 수제맥주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제맥주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
업계 추산 2012년 7억원 규모였던 수제 맥주시장은 지난해 300억원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또한 2014년 40여개에 불과했던 수제맥주 제조업체는 지난해 80여개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수제맥주의 가장 큰 장점을 ‘다양성’으로 꼽는다. 맥주의 제조공정은 크게 맥아제조, 담금, 발효, 저장, 여과 등의 순서로 나뉜다. 이 과정에서 함유되는 홉과 효모의 종류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특히 맥주원료의 범위가 확대돼 보리 외에도 귀리, 호밀, 고구마, 밀, 밤 등도 원료로 포함되면서 다양성은 더욱 강화됐다.
현재 4조6000억원 규모의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를 감안한다면 10년 뒤에는 점유율이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제맥주의 성장 기점은 맥주 양조유통에 관한 주세법 개정으로 인해 하우스 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또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수제 맥주의 일반소매점 판매를 허용하면서 시장이 태동됐다. 자신의 브루어리와 직영점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던 수제맥주를 소비자 접점이 높은 일반 호프집 등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숙제 ‘물류’
2014년 주세법 개정 이전에는 수제맥주의 외부 유통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물류는 큰 의미는 없었지만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콜드 체인으로 대표되는 냉장유통망이 선결해야할 숙제가 됐다.
수제맥주의 경우 제조과정에서 효모를 걸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온에 노출되면 변질 위험이 있다. 이는 곧바로 맥주 품질의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수제맥주 제조업체, 특히 일반소매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의 경우 이러한 물류 시스템이 중요하다.
문제는 제조업체가 완벽한 냉장유통망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제품이 도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허점이 생긴다는 점이다.
국내법상 맥주 제조사는 영업장에 주류를 직납할 수 없으며 주류 도매상을 통해야한다. 따라서 양조장 등 수제맥주 제조업체가 콜드체인 등 시스템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중간 도매상이 해당 시스템이 없다면 매장에 도착해 냉장보관 되기 전까지 그대로 상온에 노출되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등으로의 확장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 해결이 선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일반소매점에 수제맥주를 제공하는 제조업체 중 전 유통과정에 콜드체인을 적용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놓친 만큼 (물류시스템 개선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미완성된 물류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걸음마 단계인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정 조건을 맞춘 수제맥주 업장에 직납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허용제 등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