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 계약 갱신 10년, “언 발에 오줌 누기”

상가임대차보호법 계약 갱신 10년, “언 발에 오줌 누기”

기사승인 2018-06-27 05:00:00

“기술진보로 창출된 부는 어디로 갔나, 다 땅주인에게 갔다”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책 ‘진보와 빈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생산력이 증가하는 진보에도 불구하고 왜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에 그는 진보로 인한 부가 모두 땅주인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들려오는 이유다. 진보와 빈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지역 활성화 등에 따라 인기 상권이 만들어지면서 임대료가 과도하게 올라 역설적으로 기존 상인들이 내쫒기는 현상을 말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임대차보호법 계약 갱신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단순히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대처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대료 갈등이 폭력사태로 번진 ‘궁중족발 사건’에 따라 “정부가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계약 갱신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거보상 제도를 합리적으로 만들자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국토부와 법무부가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해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확정하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발생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영세 상인들의 상가 임대 보호를 위해 2002년 11월부터 시행된 법안이다. 상가의 임대료, 보증금을 올릴 때 기존 금액의 12%를 초과할 수 없으며 일정 금액 이상의 상가임대차 보증금은 다른 채권에 앞서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계약기간 5년이 넘으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몇 배씩 올리거나 재계약을 거부해 임차상인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각에선 임대보호 기간을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국대학교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간 연장은) 입법 통과여부를 떠나 국가가 개인 재산권을 10년 동안 통제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 된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상가공급이 줄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입게 되는 건 다시 서민들이 될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을 펼칠 때에는 단기적인 효과를 보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로 인해 서민들은 어떤 피해를 입을지 등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대보호 기간을 늘리는 것은 과거 전세를 장기화시켰던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며 “당시 전세 기간을 늘리자 반대로 임대료가 오르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10년씩 계약을 맺어야 한다면 당연히 세를 늘리는 방향을 고려할 것”이라며 “결국 월세 임대료를 못 올리게 하는 법이 동시에 존재해야할 텐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궁중족발 사건은 지난 7일 서촌 족발집을 운영하던 세입자가 건물주와의 임대료 다툼 끝에 그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재계약이 다가오는 시점에 보증금과 월세 인상을 통보했다.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3000만원, 297만원에서 1억원, 1200만원이 됐다. 세입자는 명도소송 1심과 2심에서 각각 패소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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