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 용의자들에 대한 최종변론이 시작됐다.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27일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이사인 시티 아이샤(28)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0) 등 2명의 여성들에게 최종변론을 듣기 시작했다. 두 피고인은 지난해 2월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신경작용제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그동안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 주범들에게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며 무고함을 주장해왔다. 앞서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김정남 암살을 계획하고 피고인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인물로 리지현(34)·홍송학(35)·오종길(56)·리재남(58) 등 북한 국적자 4명을 지목했다. 다만 이들은 범행 직후 북한으로 도주해, 현지에 남아있던 두 여성만 체포됐다.
아이샤의 변호인은 이날 최종변론에서 “당국의 수사가 조잡하고 편향적이었다”며 “피고가 실제 범행을 저질렀는지조차 입증해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검찰 측은 “피고인들이 충분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범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에서 희생양은 없다”고 반박했다.
샤알람 고등법원은 오는 29일까지 피고인과 검찰 측으로부터 최종변론을 들은 뒤 두 사람에 대한 선고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살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예외 없이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최종변론으로부터 법원의 선고가 나오기까지는 최대 1개월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