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로 시작해서 조현우로 끝난 월드컵

조현우로 시작해서 조현우로 끝난 월드컵

기사승인 2018-06-28 14:10:48

한국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은 조현우의 발견이다. 3차례 조별예선을 풀타임 소화한 조현우는 흔들림 없는 완벽한 선방으로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F조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2골을 몰아치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날 한국은 전후반 90분 동안 숱한 위기 속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극장승의 토대를 마련했다. 김영권-윤영선의 든든한 수비 조합도 발군이었지만 조현우의 신들린 선방이야말로 무실점 수비의 백미였다. 이날 조현우는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공식 집계된 조현우의 선방은 7개다.

이날 경기 기록만 놓고 보면 한국은 완패했다. 독일은 볼 점유율 70%로 경기를 완벽히 지배한 가운데 26개 슛을 몰아치며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의 슛은 11개에 불과했지만 결과는 2-0 한국의 승리였다. 그만큼 한국 수비가 튼튼했음을 방증한다.

조현우는 이날 안정적인 볼 처리로 위기를 최소화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의 기민한 움직임은 월드컵 첫 무대로는 믿기지 않는 노련함과 침착함이 있었다. 독일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빌드 업을 감행했지만 조현우의 한 발 빠른 상황판단에 공격을 접어야했다.

후반에 유독 위기가 많았다. 독일의 압도적인 볼 점유 속에서 한 번의 실수가 곧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독일의 공격 전개는 날카로웠고, 위협적인 슛도 많았다. 그러나 조현우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골문 안에 볼이 들어가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들어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가 연달아 나왔다. 후반 3분 레온 고레츠카가 위협적인 헤딩슛을 때렸지만 조현우가 신들린 선방으로 막았다. 후반 23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고메스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마찬가지로 조현우가 정확히 캐치해내며 위기를 넘겼다.

후반 43분 토니 크로스의 오른발 슛을 조현우가 달려들어 가까스로 막아냈다.

조현우의 철벽 수비에 힘을 낸 한국이 결국 2골을 몰아쳤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이 볼을 밀어 넣었고, 종료 직전 골키퍼 노이어가 골문을 비운 사이 손흥민이 멀찍이 날아간 볼을 전력질주로 쫓아가 득점을 올렸다. 한국의 악착같은 무실점 경기가 낳은 최고의 순간이다.

조현우가 주목받는 이유는 꾸준함에 있다. 조현우는 이번 대회 3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며 실수 한 번 없는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15개 슛(유효슛 5개)을 허용했다. 2차전 멕시코 경기에선 13개 슛(유효슛 5개)을 막아야 했다. 독일전(슛 25개, 유효슛 6개)을 합하면 무려 슛 53개 슛, 유효슛 16개를 허용한 셈이 된다.

이번 대회 한국은 3경기 3실점을 기록했다. 이 중 2골은 페널티킥이었고, 필드골은 단 1개뿐이었다. 이 마저도 심판의 애매한 판정과 수비수의 실수가 버물어진 결과물이다.

외신들도 조현우의 활약에 주목했다. ‘BBC스포츠’는 조현우에게 평점 8.85점을 주며 양팀 통틀어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

‘로이터 통신’은 “스웨덴전에서 극적인 골을 넣은 토니 크로스의 슛이 조현우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는 환상적인 세이브를 수차례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영국 방송 ‘BBC’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골키퍼가 월드컵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FC 팬들은 조현우 영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5월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골키퍼 카리우스의 심각한 실수로 패한 뒤 새 골키퍼 영입에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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