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면허전쟁, 사법부로 확산

의사-한의사 면허전쟁, 사법부로 확산

기사승인 2018-06-28 15:16:36

의사와 한의사 면허의 법률상 허가범위를 따지는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은 2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2장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간 성명과 의견서 등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한의사의 전문의약품와 현대식 의료기기 사용문제를 법 앞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겠다는 취지다.

현재 전문의약품의 처방권은 의사와 한의사에게 모두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약제 혹은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는 상태다. 이에 의협은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개발·생산된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한의사에게 리도카인, 에피네프린, 라이넥 등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A제약을 약사법 44조와 47조, 약사법 시행규칙 44조를 위반했다고 고발했다. 앞서 A제약은 온라인몰 등에서 일련의 전문의약품을 한의사 대상으로 판매해 유통체계와 질서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한의사협회와 최혁용 협회장에 대해서는 협회가 지난달 12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신바로정, 레일라정, 에피네프린, 스테로이드 및 항히스타민 제제 등의 전문의약품을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하도록 권했으며, 최 회장은 위법행위를 방조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문제와 관련해서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X-레이(ray)를 구비해 간호조무사에게 촬영하도록 한 수원의 B한의원 소속 한의사와 간호조무사를 의료법 및 의료기사법 조항을 들어 위법행위를 했다고 봤다.

의협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및 의과의료기기 사용은 현행법 상 위법행위”라며 “지난 23일 한방대책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불법의료행위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고발조치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의사협회는 “두 사안 모두 현행법에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 보건복지부 등과 논의를 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전문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사용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 또한 “현행 약사법 체계에서는 의약품을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만 나누고 있다. 전문의약품을 한방이나 일반으로 나누고 있진 않다. 무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다”면서 “전문의약품이라고 한의사들은 못 쓴다고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한의사가 어떤 약을 써야하는지는 그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범위인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의료에 해당하는지, 약의 특성이 한방원리에 기인하는지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며 “의협의 고소고발과 관계없이 현재 법정에서 개개의 사안별로 다투는 부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좀 더 고민과 논의가 이뤄져야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하며 국회에서의 입법 등도 이뤄졌던 만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일정부분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법이나 제도가 개선될 여지는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편,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일련의 갑론을박을 두고 “무조건 반대나 찬성을 하기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고민해야하는 사안”이라며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에 기반해 개발·생산된 의약품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차후 이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된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변하고는 있지만, 그 변화에 전문가가 따라가지 못했다면 변화의 결과물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변화에 따라가거나 충분한 전문성이 확보됐을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충분하고 충실한 교육, 교육성과에 대한 인증, 면허갱신제를 통한 전문성 지속 등이 전제가 될 것”이라며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의 개편이 요구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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