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유 가격 인상을 두고 낙농가와 유업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원유 생산비가 오른데다 4년간 동결·인하 추세를 유지해온 만큼 올해 ℓ당 5원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원유가격 인상 가능성 높아… 연쇄 가격인상 우려
관련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29일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종 원유가격을 결정한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 7일과 14일, 27일 등 대표위원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원유가격인상을 주장하는 낙농육우협회와 동결을 요구하는 유가공협회의 입장이 맞서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상 가격인상을 내세우는 낙농육우협회의 판정승을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통계청의 2017년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농가의 우유 생산비가 ℓ당 7원 올랐다. 우유 생산비는 인건비·사료비 등 우유 생산에 있는 제반비용을 포함한 가격이다.
2016년 원유 생산비가 3원 하락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2년째 유지 중인 ‘ℓ당 922원’에서 5원 이상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자연스레 흰우유 가격은 따라 오르게 된다.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직후 원유가격이 106원 오르자 유업계는 흰우유 가격을 평균 ℓ당 220원 가량 인상한 바 있다. 원유가격이 ℓ 당 18원이 줄었던 2016년에는 평균 50~100원가량 인하됐다.
원유 가격이 올라간다면 흰우유는 물론 제과·제빵·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유제품과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 원유가격연동제란?
낙농가와 유가공업체의 마찰은 ‘원유가격연동제’로부터 시작된다. 2013년 시작된 원유가격연동제는 가격을 더 받으려는 낙농업계와 싸게 구입하려는 유업체간의 협상과정에서 원유공급 중단·시위 등 진통이 계속되자 정부가 이를 중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매년 6월 말 생산자와 수요자, 소비자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 ‘원유기본가격’을 8월 1일부터 적용하며 다음 해 7월까지 유지한다.
원유기본가격은 ‘기준원가’와 ‘변동원가’의 합으로 결정된다. 기준원가는 전년 기준원가에서 전전년 기준원가를 감하고 우유생산비를 곱한 뒤 전년기준원가를 더한 값이다. 변동원가는 전년 변동원가에 전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곱한 뒤 전년 변동원가를 더한 가격이다.
특히 생산비 증감률이 ±4% 미만일 경우 해당 연도에는 가격을 동결하고 이듬해 다시 가격 조정을 하도록 돼있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 가격을 3원 인하해야했지만 해당 조항으로 동결됐다.
즉 원유가격연동제는 공급량과 수요, 재고분 등 시장상황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 재고가 넘치면서도 유제품 가격을 인하할 수 없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 ‘원유가격VS유통마진’ 팽팽한 줄다리기
낙농업계는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인 2014년과 2015년, 2017년 가격이 동결됐으며 심지어 2016년 가격이 인하된 만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제품화된 우유 가격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은 만큼 현재 비싼 우유가격의 원죄(原罪)를 원유에 물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2016년 한국낙농육우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유 가격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42.7%로 일본 49.4%, 영국 49.3%에 비해 낮다. 해당 자료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011년 우유가격이 250원 인상됐을 때 이 중 유통마진이 절반 이상인 144원을 차지했을 만큼 유통마진 비중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낙농협회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경영 어려움 속에서도 원유기본가 동결과 인하를 4년간 받아들였다”면서 “원유가격연동제 원칙에 따라 올해는 유가공업계가 인상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유업체는 원유가격을 산정하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원유 기본가격을 구성하는 기준원가에는 사료값, 인건비, 전기세 등이 기준원가에 포함된다. 여기에 추가되는 변동원가에도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적용되는만큼 이중반영이라는 지적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원유가격과 주 소비층인 유아·청소년 숫자가 급감한 상태”라면서 “최저임금상승과 52시간제근무,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시장 상황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전체가 서로 양보하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원유가격 인하가 선결돼야한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