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 의사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감옥에 갈 각오로 임하겠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후보시절 내세운 의지이자 회장 취임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를 멈춰야한다고 것은 무슨 의미이며 왜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일까.
현행 의료법 59조와 노동조합법 42조에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국민보건 혹은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일상생활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보고 이를 금하고 있다.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헌법 21조에서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와 33조에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근로자가 가지는 노동3권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의사가 행사할 수 있는지, 의사에게 권리가 주어지는지가 애매한 상황이다.
의료정책연구소에서 28일 개최한 월간세미나에서 ‘의사 단체행동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한 김진숙 책임연구원(사진)은 의료기관 파업 등 의사의 집단행동과 관련된 핵심쟁점으로 ▶의사는 근로자인가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정당한가 2가지를 꼽았다.
김 연구원은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의사들은 근로자다. 하지만 단독으로 개원한 의사들은 법적으로 근로자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이나 급료 기타 수입에 의해 생활한다는 근로자의 정의에 비춰볼 때 근로자가 아니냐”고 반문하며 화두를 던졌다.
이어 217일간 파업을 계속하는 등 수차례 집단행동을 했던 이스라엘이나 가장 보편적 사회보장체계를 갖췄다는 영국, 가장 오래 사회보험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의사의 단체행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여기에 세계 의사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이유를 ▶임금조정 및 수가, 지불제도 개선 ▶근로시간 조정 ▶인력 증원 ▶의학연구 지원 ▶의료체계 및 시스템 개선 ▶기타 근로환경 및 조건 개선 등 ‘근로조건의 향상’이라는 공통의 목표로 요약하며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파업의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설파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원은 개인의 견해이며 당장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라고 전제하며, 의사가 근로자이자 헌법에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주장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근거에 기반해 국민과 정부에 이를 인식시켜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파업을 강행하면서도 응급의료, 산부인과, 종양내과 등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적 피해가 우려되는 필수진료를 유지했던 점들을 거론하며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얻으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고 첨언했다.
이와 관련 세미나에 참여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들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아가 법률을 검토해 헌법 상 집회·결사의 자유와 의료법에서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위임하고 있는 업무개시명령 사이에서 발생하는 가치충돌 등을 해결해야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심지어 세미나에 뒤늦게 참석한 최대집 회장은 “협회에서 법률 간의 이해상충이나 위헌적 요인 등 단체행동 관련 법률도 검토하겠다”면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한다면 과감하게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의사협회가 지난 26일 문재인 케어 저지 등 40대 집행부가 향후 추진해야할 목표와 투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묻고자 시험적으로 추진한 ‘온라인 토론회’에 참여한 300여명의 회원과 협회 임원진들은 집단휴진 등 파업을 함부로 추진할 수는 없지만 의료계의 의지를 정부와 사회에 강하게 전할 필요가 있다는 집행부의 의견에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한 반대 뿐만 아니라 탈원전, 교육, 경제 등 사회적인 문제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범국민운동을 펼쳐나가는 등 정책방향을 확대하고, 국민들이 보다 쉽게 사안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대국민 운동을 펴야한다는 점에서도 다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국민운동 등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나 정책의 변화가 바라는 만큼 이뤄지지 않거나, 의정협의 등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무시되는 등 더 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을 때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의료계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데 뜻을 같이하며 파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