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돌린 삼성생명·화재 ‘사면초가’…27조원 삼성전자 지분매각 규제 법제화

한 숨 돌린 삼성생명·화재 ‘사면초가’…27조원 삼성전자 지분매각 규제 법제화

기사승인 2018-07-01 12:09:03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따른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가 당분간 유예됐다. 이달부터 시범운영에 돌입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에서는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부과되는 행정제재와 함께 자본적정성 평가 항목에서 비금융계열사 출자 항목이 제외됐다.

삼성·현대차 등 7개 복합금융그룹은 금융당국의 행보로 자본확충 부담에서 한 숨 돌렸다. 다만 이는 한시적 조치로 금융당국은 제재조항과 자본적정성 세부평가 기준 등을 향후 ‘통합감독법’ 제정을 통해 법제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시범 운용을 위해 수정과정을 거친 모범규준 초안을 사전공개하고 이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1일 밝혔다. 사전공개된 모범규준 초안은 금융그룹의 건전성을 평가할 자본적정성 산정기준, 위험관리실태 평가기준 등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첫 공개된 이후 이날 다시 공개된 모범규준 초안에서는 금융그룹의 자본확충 부담과 입법절차를 고려해 동종금융그룹 전환명령 등 행정처분과 금융그룹 유사명칭 사용금지 등의 내용이 제외됐다.

동종금융그룹 전환명령은 자본적정성 등 위험관리가 부실한 복합금융그룹에 대해 부과되는 2단계 조치로, 계열사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복합금융그룹을 한 업종만을 영위하는 동종금융그룹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하는 행정제재다. 금융그룹 유사명칭 사용금지는 금융그룹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을 고려해 위험관리가 부실하거나 감독대상이 아닌 웰컴금융그룹, 대신금융그룹 등의 금융그룹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제재다.

여기에 이번 시범운영에서는 앞서 논란이 됐던 비금융자회사 출자 문제도 자본적정성 평가 항목에서 제외됐다.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은 적격자본(자기자본 합계액-중복이용된 자본)을 필요자본(최소요구자본-집중위험·전이위험 가산)으로 나눈 값으로, 이 값이 최소 100%를 상회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위는 자본적정성 평가 항목 가운데 필요자본에 가산되는 집중위험 항목을 이번 시범운영 기간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집중위험 항목은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등 비금융계열사 출자, 대주주와의 거래, 산업별·지역별 위험노출액 등 금융그룹의 금융위험이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된 것을 반영한 항목이다.

이번 조치로 시범운영 기간중 삼성·현대차 등 7개 복합금융그룹의 자본확충 부담은 사실상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금융위가 시범운용에 대한 7개 복합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7개 금융그룹 모두 자본적정성을 100% 이상 충족했다.

◆통합감독법 제정 시 삼성생명·화재 '삼성전자' 지분 매각 현실화

그러나 금융위가 행정제재와 비금융회사 출자를 금융그룹 자본 적정성 평가에 반영하는 내용을 통합금융그룹 감독법에 포함해 법제화 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금융그룹의 자본확충 부담은 당분간 유예된 상황일 뿐이다. 금융위는 올해 정기국회가열리기 전에 통합감독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히 통합감독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보유한 27조7000억원(29일 종가기준)과 4조1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한다. 

삼성화재의 필요자본은 통합감독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1단계로 ‘비은행금융지주 규제방식’의 적용을 받아 22조6000억원의 100% 규모인 45조원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2단계가 적용될 경우 삼성생명의 자기자본 15%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 약 23조원 가량이 필요자본으로 반영된다.

업계는 23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통합감독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이 자본 적정성 지표 100%를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과 화재가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동종금융그룹 전환과 함께 금융그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도 이들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부추기고 있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가운데 적은 금액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을 비롯해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7개 금융그룹의 통합감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은 통합감독법의 국회 통과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범운영 과정에서 행정제재와 자본적정성 평가 항목의 비금융계열사 출자 항목이 입법사항으로 변경된 것을 두고 당국이 삼성생명이나 화재 등 금융사의 지분정리 기간을 부여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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