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시장이 10년 사이 반토막이 나면서 업계의 활로 찾기가 계속되고 있다. 저도주와 소용량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전통주와 맥주 등을 유통하면서까지 생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시장의 위축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부터 시작됐다. ‘고급 술’로 통용되던 위스키는 일상이 팍팍해지자 급격히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2016년 시작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위스키 설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실제로 국내 위스키 시장은 10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08년 286만상자였던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158만 상자로 44.7% 줄어들었다.
40도 이하 저도 위스키가 선전하면서 시장을 반전시킬 수 있을 ‘구원투수’로 전망됐지만 뒷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2009년 2352상자였던 저도 위스키 출고량은 2016년 40만 상자 이상 판매되며 폭등했다. 같은 기간 0.1% 수준이었던 점유율도 30%까지 올랐지만 전체 시장의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닥 아래 지하실’이라는 푸념 섞인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관련업계에서는 10여년간 쌓여온 위스키의 고급·접대 이미지 때문에 신규 소비층인 2030세대를 공략하기 어려워 이러한 위기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독주를 기피하는 주류문화와 혼술, 홈술 등 새로운 트렌드가 연이어 등장한 것도 몫을 더했다.
이에 저도주에 이어 소용량 위스키를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다. 또한 위스키에 한정됐던 회사 카테고리를 전통주와 맥주로까지 넓히며 활로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혼술과 홈술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리잡으면서 이를 공략하기 위해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맥캘란은 200㎖ 등 다양한 소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소비자접점을 늘리기 위해 주요 소비층인 2030세대의 주 구매처인 편의점에 일부 위스키 제품들을 입점시키기는 경우도 있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자사 제품이 등장하는 브랜드웹툰을 연재하기도 했다.
골든블루는 지역특산주 회사인 오미나라와 업무협약을 통해 전통주 판매에 나섰으며 면세점 판매와 해외수출팀을 꾸려 다각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칼스버그 맥주의 수입·유통도 시작했다. 또 ‘팬텀 디 오리지널’ 출고가를 10% 인하하기도 했다.
맥캘란은 싱글몰트 위스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증류소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30% 이상 늘린다. 맥캘란은 2025억원을 투자해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 있는 증류소 증설을 3년6개월간 진행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역시 자사 주력 제품인 ‘글렌피딕’ 외 새로운 판매라인을 위해 프리미엄소주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저도주와 소용량 제품 등 소비자 선택폭을 넓혔지만 (위스키시장의) 의미있는 반등을 일으키지는 못했다”면서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서 소비자들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