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주세법 개정… “맥주만 술인가요?”

꿈틀대는 주세법 개정… “맥주만 술인가요?”

기사승인 2018-07-05 05:00:00


기획재정부가 현재 맥주 세금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전환을 검토하면서 맥주제조업체들이 쌍수를 들고 있다. 종량세 전환이 이뤄질 경우 과도한 할인이 불가능해지면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게 된다.

막걸리·전통주 등 제조업체에서는 낡은 주세법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체계 개편을 맥주에만 한정하지 말고 전 주종으로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량세? 종가세?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기재부에 맥주의 과세체계를 기존의 종가세에서 종량제로 변경하는 내용을 건의했다.

종가세는 출고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국내시장에서 소주와 양주, 막걸리 등 대부분의 주류에 적용되고 있다.

통상 업계에서 종량세는 가격이 아닌 주류에 포함된 알코올 함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알코올 함량과 중량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최근 국세청이 기재부에 요청한 것은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주세체계 개편 논의는 수입맥주와 국산 맥주의 역차별 문제가 드러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현재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 등을 모두 더한 순매가에, 제조원가의 72%와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를 매긴다.

수입맥주는 공장출고가와 운임비 등을 더한 수입신고가에 같은 세금을 부과한다. 문제는 이 수입신고가의 경우 수입업체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적게 신고해 세금을 낮추는 꼼수가 사용될 수 있다.

만일 맥주 주세체계가 종량세로 바뀔 경우 총 중량을 기준으로 세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이러한 꼼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41만원 행사가 사실상 힘들어지는 이유다. 따라서 국산맥주도 수입맥주와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 왜 맥주만… 막걸리·위스키·전통주 ‘외면

주류업계에서는 주세체계 개편에 대해 환영하면서도맥주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막걸리 등 전통주도 낡은 주세체계로 인한 피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막걸리나 약주·과실주, 청주는 현재 소주·맥주의 72%보다 낮은 세율을 받고 있지만 종가세에 묶여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고급화로 활로를 찾고 있는 전통주의 경우 종가세로 인한 피해는 더 막심하다. 양질의 원료로 술을 빚은 뒤 좋은 병에 담아 제품을 만들면 출고가가 올라 세금이 뛴다. 주종과 알코올 도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알코올 도수로 세금을 매기게 될 경우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로워진다.

위스키는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보게 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종량세 전환시 알코올 도수 40도 기준 위스키의 경우 매겨지는 세금은 최대 72.44% 줄어든다.

현재 위스키는 상대적으로 소주·맥주 등에 비해 고급스러운 병과 패키지를 사용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다. 출고가가 높다보니 매겨지는 세금도 높다. 세금 차액은 가격인하 또는 제품 품질 향상 등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막걸리는 주세법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품 제조시 원 재료를 막걸리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향이나 색소를 첨가할 경우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리돼 막걸리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 세금 역시 탁주 5%보다 높은 기타주류 30%가 적용된다.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구분되면 유통경로도 달라진다. 탁주와 약주, 청주 등은 특정주류도매업자가 판매하며 기타주류는 종합주류도매상이 취급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특정주류도매업자는 밥줄을 뺏기는 셈이고 소주·맥주 등을 취급하는 종합주류도매상 입장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은 막걸리 제품 등을 굳이 품을 들여 취급할 이유가 없다.

2016년 다양한 과일향을 첨가한 과일막걸리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큰 이익을 남기지 못했던 원인이기도 하다. 당시 막걸리 업계에서는 신은 났지만 주머니에 들어온 것은 얼마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따라서 전통주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유통채널 확보를 위해 향이 첨가된 막걸리 등을 특정주류도매업자가 판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주세법 개정을 통해 탁주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가장 큰 걸림돌은 ‘소주’

종량제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표적인 서민 주류인 소주다. 현재 종가세에서 종량제로 체계가 바뀔 경우 소주에 매겨지는 세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종량세 전환시 알코올 도수 20도 기준 소주의 경우 세금이 10.95% 늘어난다.

세금인상으로 인해 가격이 오를 경우 일반음식점 등에서 판매되는 소주의 경우 5000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왔다. 그간 종가세-종량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해왔던 가장 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30년도 더 된 주세체계에 묶여 국내 주류산업 발전이 더뎌졌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세법 개편이 검토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모든 주류의 문제지 맥주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맥주만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막걸리나 전통주, 소주 부문의 문제도 전반적으로 살펴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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