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헤치고 비바람을 가르며”
태풍과 장마의 영향으로 이른 아침부터 비바람이 거센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항에서 600여명의 철인들이 몸을 풀고 있다. 대한철인3종협회가 주관한 “제주 아이언맨 70.3 대회”가 39개국 603명의 철인들이 출전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표선항에서 1.9km를 수영하고 바로 사이클을 타고 제주 일주동로 및 중산간도로에서 90.1km를 달린다. 사이클 레이스를 마친 선수들은 첫 출발지점 바꿈터에서 자전거를 거치하고 다시 표선면 해안도로에서 21.1km 달린 후 종착점인 해비치호텔로 골인하게 된다. 출전 선수들은 수영 출발 이후 8시간 30분 이내에 경기를 종료해야 한다.
이날 대회는 초속 8∼9m의 강풍으로 파도가 심해 수영경기는 방파제 내에서 500m 만 역주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선수들은 수영에 이어 비로 미끄러운 노면, 거센 바람과 싸워가며 중산간도로를 달렸다. 온 몸은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시간이 갈수록 전신을 쑤셔대는 근육통과 한계에 도달한 심장박동을 이겨내며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점을 극복하면서 힘찬 레이스를 펼쳤다.
이번 대회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잘 살린 코스로 대회에 참가하는 철인3종경기 선수들이 비록 체력은 모두 고갈되었지만 모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을 호흡하면서 평소 자신이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이 날 최고령으로 참석해 당당하게 3위에 입상한 최면호(70·수지철인클럽)선수는 “철인3종은 마라톤에 비해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기 후 회복이 훨씬 빠르다”면서“기상여건이 안 좋아 힘은 들었지만 성취감은 최고였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철인3종경기는 극한의 인내심과 체력을 요구하는 경기로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전 세계에서 수많은 동호인이 참여하면서 인기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1989년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이 창립과 함께 세계선수권대회가 창설되었고 2000년 제27회 시드니 하계올림픽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철인 3종경기는 원래 수영(3.8km), 사이클(180.2km), 마라톤(42.195km) 등 3종목 총 140마일(226km)을 달리는 경기이나 이번 제주대회 70.3마일을 달리는 하프경기이다.
특히 본 대회는 남아공 넬슨만델라베이에서 개최되는 아이언맨 70.3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 30장이 각 연령대 상위에 있는 선수에게 주어졌다.
제주=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