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근석이 오는 16일부터 군 복무를 시작합니다. 한국 나이로 서른두 살인 장근석의 입대 소식은 순식간에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반인은 조울증으로 4급 판정을 받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었고, 그래도 잘 다녀오라는 응원도 나왔습니다. 각자 다양한 입장에서 장근석의 입대를 받아들인 것이죠.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이 있습니다. 장근석을 “옛날 사람”이라고 표현한 글입니다. 장근석이 팬들에게 남긴 글 중 “바람피우면 죽인다”는 마지막 문장이 화근이었습니다.
장근석은 지난 6일 오후 소속사 트리제이컴퍼니를 통해 입대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소속사 측은 “장근석이 양극성 장애(조울증) 때문에 4급 병역 판정을 받아 현역이 아닌 대체 복무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011년 처음으로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이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후 재검에서도 같은 판정을 받으며 최근 4급 병역 처분이 최종 결정됐다”고 현역 복무를 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해명했죠.
장근석은 소속사의 입장 발표보다 조금 먼저 공식 팬 페이지에 글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직접 입대 소식을 알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 그 나름대로의 배려였겠죠.
장근석은 연인에게 쓰는 편지처럼 팬들에게 입대를 앞둔 솔직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장근석은 “언젠가는 나에게도 주어질 시간이었고, 그저 덤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며 “지금부터 나에게 주어질 2년의 시간을 내 인생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의미 있는 시간으로 쓰고 싶다. 어렸을 적 데뷔하여 27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져본 적도 없는 것 같다”고 현재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이어 “기억해. 잠시 쉬어가는 거야. 다들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아프지 말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적었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문장입니다. 장근석은 “사랑한다”는 말 뒤에 “바람피우면 죽인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글의 마지막을 슬프고 진지한 분위기로 끝내지 않기 위해 농담처럼 더한 문장으로 느껴졌습니다. 대부분의 매체는 장근석의 마지막 문장을 “애교 있는 끝인사”, “재치 있게 전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 장근석이 정말로 팬들을 죽일 의도로 쓴 건 아닐 겁니다. 글의 흐름을 보면 팬들에게 남기는 애교 있는 농담으로 보는 것이 더 옳은 해석이겠죠.
의도는 알지만 찝찝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게 된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성폭력, 데이트 폭력에 관한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선 더 큰 문제겠죠. 농담처럼 던진 “바람피우면 죽인다”는 말이 데이트 폭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까요.
비슷한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린 연예인들이 이미 존재합니다. 지난해 그룹 JBJ 노태현은 팬들에게 보내는 영상에서 주먹을 강하게 휘두르며 “탈덕하면 이렇게 맞아요”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배우 유아인 역시 트위터에서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이던 도중 “애호박으로 맞아 봤음?(코찡긋)”이라는 댓글을 달아 논란의 주인공이 됐죠.
이 모든 맥락을 파악한 일부 네티즌은 장근석을 두고 ‘옛날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과거 활발히 사용되다가 사라진 유행어를 쓰는 사람을 본 것처럼 말이죠.
장근석에겐 약 2년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팬들에게 그렇게 과격한 표현을 써야 센스 있고 재치 있는 사람이 되는 건지 말이죠. 2년 후에도 ‘옛날 사람’ 장근석을 보고 싶진 않으니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