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7일)부터 최저임금과 원·주자재 인상으로 중소 하도급업체 부담이 늘어날 경우 원사업자에 대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가맹점주 협상력을 높이는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와 함께 프리랜서등 특수고용형태를 법적 테두리 안으로 편입하는 개정도 추진한다.
◇ 하청업체·원사업자 부담 나눈다
지난 16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정 하도급법 시행과 가맹사업법 개정 방향 등에 대한 정책과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 밝혔다.
이날 시행되는 새 하도급법은 하도급업체가 계약 기간에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요건에 기존 원재료비 인상과 더불어 인건비·경비를 추가했다.
최저임금은 7%, 원재료는 10% 이상 각가 상승했을 때 요청할 수 있다. 다만 2010년 이후 최저임금이 매년 7% 이상씩 올라온 만큼 사실상 즉각적인 요청이 가능하다.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 대금 조정 협의를 개시해야 하며 위반시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아울러 기술유용,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감액 등에 적용되던 3배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에 ‘보복행위’도 추가해 범위를 확대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이 증액 요청을 직접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례를 보면 조정 신청에 따른 수용률이 70∼80%에 달하기에 일단 신청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 갑질 원천차단…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하도급 업체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갑질로 고발당할 경우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도 도입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하도급 관련 벌점 기준은 5.0점이다. 공정위는 한 번의 제재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대금 부당결정·감액과 기술유출·유용행위 벌점을 3.0점에서 5.1점으로 높였다.
또한 공정위 조사 협조에 대한 보복행위에 대해서도 벌점을 2.5점에서 2.6점으로 높여 두 번 적발될 경우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했다.
구체적인 부과기준도 설정했다. ‘서면실태조사 방해행위’의 경우 ‘최근 3년간 과태료 처분을 받은 횟수’에 따라 과태료 금액이 가중되도록 했다.
특히 원사업자(법인)에 대해 첫 번째 과태료를 부과받으면 1000만원, 두 번째와 세 번째에는 2500만원과 5000만원이 부과되도록 했다.임직원 등 개인에 대해서는 각각 100만원, 250만원, 500만원 등이 부과된다.
‘기술자료 요구·유용행위’ 조사 시효도 기존 3년에서 7년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한 경우 보관해야하는 서류 보존기한도 7년으로 함께 연장된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제공해야 하는 서면에는 △기술자료 사용기간 △기술자료 반환일 또는 폐기일 △반환 또는 폐기방법 등도 적도록 구체화됐다.
여기에 △기술자료 유출·유용 △보복행위 △계약서 미교부 등 법위반금액이 산정되기 곤란한 경우에 부과되는 정액과징금의 기본금액 상한을도 기존 대비 2배 늘린 10억원으로 상향했다.
◇ 가맹점주 숨통 틔운다… 단체신고제·직권조사 강화
최저임금 상승으로 가중되는 가맹점주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도 마련한다. 공정위는 먼저 하반기 내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해 본부와의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행법상 가맹점주는 단체구성권과 협의권을 가질 수 있으나 가맹본부가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삼아 협상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공정위는 신고한 점주 단체가 가맹금 등 거래조건과 관련해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경우 일정 기한 내에 반드시 협의하도록 법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또 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행사에 대해선 본부가 미리 점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해 일방적으로 비용을 떠넘긴다는 오해도 불식시킨다.
이밖에 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직권조사도 강화한다. 조사 대상은 현 200여개 가맹본부를 비롯해 이들과 거래하는 1만2000여개 가맹점이다.
공정위는 가맹사업 통일성 유지와 무관한 품목을 점주에게 구입을 강제한 행위와 광고·판촉 비용 전가행위, 예비창업자에게 예상매출액에 관한 정보 등을 과장해 제공한 행위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의 영업지역에 대해 가맹본부가 점주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여기에 가맹점주가 본부에게 가맹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한 표준계약서 활성화에 나선다. 공정위는 공정거래협약 평가요소 중 표준계약서 사용 배점을 현재 3점에서 10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밖에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공정위는 영화, 방송, 소프트웨어, 게임 개발 등 다양한 형태의 프리랜서 고용형태가 나타나고 있으며 해당 형태의 불공정거래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중소상공인 여러분의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한국경제가 당면한 양극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중소상공인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선된 법이 종이 위에서만 남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을들의 권리행사만으로는 활성화되지 않으며 갑들이 자발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