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환자안전, 돈도 의지도 없다는 의사협회

흔들리는 환자안전, 돈도 의지도 없다는 의사협회

기사승인 2018-07-19 14:07:12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역할에만 충실하며 환자안전에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1번만 사용하라며 ‘일회용’이라는 단어가 붙은 의료용품을 지금처럼 재사용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자 권익보호를 위해 마련된 배상책임보험 가입이나 의료기관 내 의료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환자안전사고 보고도 자율에 맡겨 놓으라며 의무화 요구에 반대의사를 표했다.

이유도 다양하다. 폐기물 감축 및 재활용 촉진 정책과 상충하는데다 무분별한 자원 낭비, 의료비용 증가, 개인책임의 원칙 및 수익자 부담원칙의 위배,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정의와 기준의 불분명함, 의료기관의 자율성 제한 및 이중규제, 규제의 형평성 문제 등이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지난달 29일 재사용 금지대상 의료용품을 1회용 주사기에서 모든 1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해 의협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의료폐기물이 2013년 14만4000톤에서 2017년 20만7000톤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고령화 등으로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사용 금지대상이 확대될 경우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와 그로 인한 의료비용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같은 날 의료기관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가입하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나 의료배상공제조합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협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건강보험법 42조에 따라 모든 요양기관은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받도록 하는 ‘당연지정제’ 또는 ‘강제지정제’의 대상이기에 의료서비스를 공공재로 볼 수 있다며, 서비스 이용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 배상금 등 소요비용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가입자(국민)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환자안전법에 근거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환자안전기준 개정과 현재 자율보고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환자안전사고 보고시기를 60일 이내로 제한하는 등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서도 환자안전사고의 정의가 불명확하고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여타 민간 사업자들의 각종 위해사고에 대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안전보고만 의무화하는 것은 타 직종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며 의무보고가 이뤄질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의료기관에 물을 여지가 크고 환자와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개정에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돈’이 문제였다. 의협은 일련의 제도 및 법 개선에 대해 근거들을 제시하며 환자안전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자본이 투자돼야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이를 부담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성균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사진)은 1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와 관련해 “지금도 무균 알코올 등 치료재료에 대해 제대로 수가를 반영하고 있지 않아 의료기관은 손해를 보고 있다”며 “1회용 의료용품 전체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배상보험에 대해서도 “의료서비스는 부작용과 위험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은 정부가 100% 부담하는 제도를 선행해 마련하고, 철저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의료기관이 부담할 보험료 등에 상응하는 위험수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안전사고 보고의무화를 두고는 대외적으로는 정의와 기준의 모호함과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기존의 신고의무만으로도 의료인력과 행정력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의무화에 따른 행정비용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대변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1회용 의료용품은 한 번만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1회용이라는 말이 붙은 것 아니냐”면서 “재사용을 하겠다는 것은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같은 집단 감염문제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하고 이기주의적인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배상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고가 나면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심지어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충분한 보고는 의료기관 내에서의 의료사고 재발방지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의료계 내에서도 정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돈 내놓으라는 소리”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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