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자전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가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공포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자전거를 탈 때면 헬멧 등을 착용해야한다. 법은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문제는 자전거 헬멧착용 의무화법이 과잉규제라는 논란을 비롯해 그간 자전거문화 확산과정에서 드러난 안전교육과 같은 올바른 자전거 운행교육의 부재나 자전거 운행에 관한 여러 정책과 법·제도의 문제 등 제대로 규정되거나 다뤄지지 못했던 사안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는 ‘맨머리유니언’, ‘크리티컬 매스 부산’, ‘싸이클핵서울’, ‘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등 자전거 이용자 모임에 속한 이들이 모여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의무화법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자전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의 법과 제도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 사고방지를 위해 부족한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단순히 부상을 방지하겠다며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려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자전거 이용자의 부상위험을 줄이는 정책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한 자전거 인프라 구축과 자전거·자동차 이용자 대상의 인식교육 등 사고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한다는 주장이다.
자전거 이용률이 높을수록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의식하고 배려해 자전거 사고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분석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자전거 헬멧착용이 의무화될 경우 자전거 이용률이 감소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사고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한편, 자전거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과 논쟁이 뜨겁다. 비단 헬멧착용의 의무화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사고비율이나 갑작스런 자전거 문화의 확산에 따른 다양한 운행기준 및 인식·시설기반의 부족, 지켜지지 않는 규정과 배려 등 그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60만명 이상이 가입한 인터넷 자전거 카페의 경우 의무화법 시행이 발표된 후 갑론을박이 하루가 멀다며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글들을 살펴보면 헬멧이 값싼 비용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인 만큼 필요하다는 의견과, 해외 선진국도 의무화된 곳이 거의 없는 만큼 헬멧착용 의무화보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한다는 등 찬성과 반대의견이 팽팽하다.
여기에 헬멧 미착용에 따른 사고책임 비율을 달리해 자전거 운전자가 자율적으로 헬멧을 착용할 수 있도록 규제방향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나, ‘이기심 톱, 준법정신 바닥’인 우리나라 실정에서 자동차의 1.5m 유격 강제화, 자전거 도로 위 주정차 등 위협행위에 대한 처벌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게재되고 있다.
심지어 의무화 후 단속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제제기부터 자전거 도로에서의 속도제한, 전조등 등 자전거의 안전장치 의무화 등 안전운행에 대한 자전거 문화정착을 위한 추가적인 강제조항의 신설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자체가 운용하는 공공자전거의 경우 헬멧의 의무화를 통해 사고에 따른 운전자의 안전을 일부나마 보장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용자가 급감할 수 있고 헬멧을 함께 대여하기에는 분실위험이나 유지비용이 높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대해 명확한 대안이나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 헬멧을 무상대여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의무화의 실효성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을 뿐이다. 이에 급성장한 자전거 문화의 급격한 쇠락을 막기위해서라도 정부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