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인랑’ 원작의 아우라 무너뜨린 작은 균열들

[쿡리뷰] ‘인랑’ 원작의 아우라 무너뜨린 작은 균열들

‘인랑’ 원작의 아우라 무너뜨린 작은 균열들

기사승인 2018-07-25 00:00:00


아쉽게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훌륭한 제작진과 배우들이 뭉쳐 어딘가 부족한 영화가 탄생했다. 공들여 찍은 영상과 배우들의 열연은 빛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전달엔 실패했다. 왜 ‘인랑’을 지금 시점에 실사화로 리메이크해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은 남북한이 점진적 통일을 준비하는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남북한의 통일을 반기지 않는 강대국들이 경제적 제재로 압박하자 국민들의 민생은 악화된다. 이에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등장하고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한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적외선 투시경과 강화복, 기관총으로 무장한 대통령 직속 경찰조직 ‘특기대’를 설립한다. 특기대의 활약이 커지자 위기감을 느낀 공안부와 경찰은 합동해서 특기대 해체를 모의한다.

근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세 조직의 대립을 그린 영화다. 특기대는 섹트를 진압하는 동시에 공안부의 음모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조직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특기대의 임중경(강동원)은 섹트 진압 도중 만난 빨간모자 소녀(신은수)를 쏘지 못하고 폭탄 자살을 하도록 방치한다. 이후 임중경은 공안부에 있는 친구 한상우(김무열)에게 소녀의 언니인 이윤희(한효주)를 소개받아 만난다.

‘인랑’은 1999년 개봉한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과 똑같은 내용으로 흘러간다. 캐릭터 설정과 의상은 물론 대사와 배경, 화면 구성까지 상당히 흡사한 장면들이 많다. 이윤희의 과거를 알고 있는 섹터 소속 구미경(한예리)과 임중경의 특기대 후배인 김철진(최민호)는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덕분에 임중경과 이윤희의 서사가 더 풍부해졌고 임중경과 한상우의 대립은 선악 구도로 치닫는다.

블록버스터 한국영화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로맨스와 선악구도 대결이 강조되면서 원작 특유의 철학과 질문이 빛을 잃고 말았다.  한 가지 이야기를 하려던 영화에 여러 이야기가 뒤섞이며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조직에 속한 개인의 인간성에 대한 임중경의 고민에 할애되는 시간도 짧고, 어둡고 음울한 시대 속에서 피어나는 뜬금없는 로맨스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 임중경의 어두운 면을 보여줘야 했던 한상우 캐릭터는 영화의 전개를 위해 희생되는 단순한 악역에 머물고 만다.

원작 팬들에겐 설렘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육중한 특기복과 적외선 투시경, 지하수로 등을 공들여 구현했고 총기 액션 장면도 인상적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미래의 광화문과 남산타워를 오가는 장면도 눈에 띈다. 배우들 중에선 김무열의 연기가 특히 빛난다.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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