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근육량이 줄어들 경우 간경변 등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섬유화를 더 진행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업 교수와 내분비내과 이용호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코호트 자료를 분석해 근육량 감소와 간섬유화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간섬유화 진행정도는 만성 B형 간염의 장기적 예후인자 중 가장 중요한 인자로 강한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진행정도를 일부 조절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3억5000만명 이상이 B형 간염 진단을 받고 약 100만명이 합병증인 간경변과 간세포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세계적으로 특히 간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아시아에서는 B형 간염을 의학적 난제로 분류하고, 합병증이 발생하는 전단계로 인식된 간섬유화를 호전시킬 수 있는 인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의 분석결과, B형 간염을 보유한 506명 중 이중에너지 X선 흡광분석법(dual-energy x-ray absorptiometry, DEXA)으로 근육량이 감소한 대상이 126명(24.9%)이고,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하거나 간경변으로 진행될 위험이 큰 간섬유화 환자는 217명(42.9%)로 조사됐다.
아울러 근육량이 감소한 경우 약 2.4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간섬유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부비만이 있거나 체질량 지수가 높을 경우, 대사증후군이 있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했을 경우 근육량 감소와 간섬유화의 관련이 높았다. 지방간과 운동부족, 대사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 김승업 교수는 “만성 B형 간염 역시 비알콜성 간질환처럼 근육량 감소가 간섬유화를 악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사적으로 불안정한 환자들은 식이조절이나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증가시키면 간섬유화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만성 B형 간염환자에서 근육량 감소가 간섬유화 진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인 관계를 설명할 전향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은 앞선 2016년 비알콜성 간질환에서 근육량 감소와 간섬유화와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병원은 국제 소화기학회지인 소화기 약리학 및 치료학(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최신호에 게재된 이번 연구와 함께 간질환과 근육과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