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농협금융회장이 사내 유보금을 확대하겠다는 경영전략을 들고 나왔다. 농협금융의 고질적 문제인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수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기자본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지속가능 역량 확충을 위해 자본에 기반을 둔 성장 전략을 추구함과 동시에 내부유보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로 총자산(연결기준)만 400조원을 상회한다. 직원만 해도 자회사를 포함해 1만8000명을 넘어간다. 그러나 순익은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4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0.84%), KB금융(0.83%), 하나금융(0.73%)이 0.7~0.8%대 ROA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수치다.
김 회장도 취임식 당시 “NH농협금융의 자산과 수익이 매칭되지 않고 수익의 변동성도 크다”며, 농협금융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수익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김 회장은 농협금융의 ROA개선을 위해 자본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ROA를 끌어올리겠다는 것. 은행권에서는 일반적으로 1조원의 자기자본이 1000억원의 순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선 아닌 차선 선택한 김광수
김광수 회장이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선택한 방법이 사내 유보금 확충이다.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확충할 수 있는 IPO(기업공개)나 유상증자 대신 사내유보금 확충을 선택한 것은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가 IPO에 나설 경우 지분 하락으로 금융지주에 대한 중앙회의 통제권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농촌과 농민 지원이라는 특수 목적이 있는 중앙회로서는 금융지주의 통제권이 약화될 경우 농촌 및 농민 지원이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투자할 정도로 중앙회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있다. 별도의 수익 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중앙회는 금융지주의 농업지원사업비로 운영되고 있다.
김 회장은 “다른 지주의 자기자본은 30조원인데 농협금융지주는 18조원이다. 비교적 자본금 규모가 취약한 측면이 있다”면서 “상장된 회사가 아니고 대주주가 농협중앙회로 돼 있어 비교적 쉽게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 회장이 선택한 방법이 금융지주가 돈을 벌어 자본을 확충하는 유보금 확대 방안이다.
◇유보금 확충 위한 수익 창출 ‘자신’
김 회장이 유보금 확충이라는 간단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은 농협금융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이 마련된 영향이다.
농협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5127억원(61.8%) 증가한 82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실적으로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할 경우 9650억원으로 늘어난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6년 상반기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20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비상경영을 통해 그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8598억원의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8295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올해 1조원을 넘어가는 순익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출범 이후 자기자본 부족이 수익 확대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동안 수익의 변동성이 높아 유보금을 확충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빅배스를 통해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수익이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유보금을 쌓을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IPO처럼 한 번에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기는 어렵지만 자체적인 방안으로 수익을 점차 개선해 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