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서의 폭행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알려진 것만 1달여 사이 벌써 4번째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이 연대에 나설 뜻을 밝히며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9일 새벽 5시경 전북 전주시 모 지구대에 있던 주취환자 A씨가 지역 119구급대에 실려 모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며 발생했다. 의료진은 술에 취한 환자에게 수액주사를 놓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A씨가 스스로 수액을 제거하고 화장실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A씨를 따랐던 응급구조사 김 모씨는 A씨가 내지른 발에 차이고 휘두른 손톱에 할퀴는 등 폭행을 당했다. 갑작스런 폭행에 환자를 말리려는 간호사 임 모씨도 머리채를 잡히고 폭언과 폭행에 그대로 노출됐다.
현재 피해를 당한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는 타박상과 찰과상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의료현장으로의 복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을 내놓기로 했다. 한편, 가해자 A씨는 경찰에 형사고소 된 상태다.
이에 의협은 단순한 주취자 폭행으로 취급해 솜방망치 처분이 내려져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31일 표명했다. 이달 초 발생한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사건부터 강원 강릉 모 병원에서 벌어진 전문의 망치테러사건, 경북 경산시 의원 폭행 및 방화사건에 이번 전주 주취자 난동까지 더 이상 폭력에 의료인이 무방비하게 노출돼선 안 된다는 의지다.
그리고 의료업에 종사하는 보건의료인 직역단체들도 의협의 뜻에 동참해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의협은 ‘보건의료종사자’의 이름으로 “앞선 사건에 대한 충격과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폭행사건이 반복된데 대해 깊이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응급의료현장의 폭력행위는 의료종사자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다른 선량한 환자들에 대한 폭력이며 진료방해 행위”라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사건이 이슈화됐을 때마다 강력한 처벌과 관계기관의 지원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일었으나 그 뿐, 의료종사자들만의 일로 치부됐다”며 정부의 방관자적 태도를 비난했다.
정부는 보다 강력한 처벌과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폭행근절을 위한 대국민 홍보 및 계도에 앞장서고, 일련의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 일환으로 의협은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돌파를 내걸고 적극적인 동참과 지원을 독려했다.
하지만 8월 2일 청원 종료시일까지 3일 앞둔 31일 오전까지 청와대 청원글에 동의자는 12만9000여명에 머물러 있다. 이에 참여행렬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는 이상 3일안에 7만명 이상의 동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보건의료인들의 결속력에 실망스럽다”면서 “의사, 약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만 합쳐도 100만명에 육박한다. 20만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일이 될 수 있는 사건조차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의협은 각종 방법을 동원해 청원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방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과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3일간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