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새벽 4시경, 술에 취해 구미차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의사를 폭행한 A(25·대학생)씨가 별다른 처벌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이에 의료계는 경찰의 결정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씁쓸하다는 입장이다.
경상북도 구미경찰서는 1일 A씨에 대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혐으로 불구속 입건 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A씨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술에 취해 의사를 폭행했는지 등에 대해 전혀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A씨에게 의사를 폭행한 동영상을 보여주자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별다른 폭력전과가 없고 대학생인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은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이봉철 형사과장은 “죄질이 나쁘고 공공의 안전을 해친 중대한 범죄인 것은 알지만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을 고려해 영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면서 종합적인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음을 연합뉴스를 통해 전했다.
이와 관련 의료인에 대한 폭행사건이 연일 벌이지며 관련 법 개정 및 엄중한 처벌을 강조해 온 대한의사협회는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해당 사안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일부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초범이고 대학생이기에 처벌을 하라고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도 도의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도 있었다.
다만,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오후 최대집 회장이 병원을 방문할 예정이며 지역시의사회도 경찰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견을 전제로 “재발방지나 보복의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구속수사가 원칙”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경찰이 불구속 입건을 결정한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귀가조치 당시나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이나 훈방조치를 제대로 취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유사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일선 경찰들도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A씨가 휘두른 의료용 철제 트레이에 뒷머리를 가격당한 전공의 김 모씨는 동맥파열과 뇌진탕 등의 증세로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고 있으며 A씨에 대해 강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