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공작' 이성민 "이 알량한 재주로 벌어먹고 사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쿠키인터뷰] '공작' 이성민 "이 알량한 재주로 벌어먹고 사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공작' 이성민 "이 알량한 재주로 벌어먹고 사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기사승인 2018-08-04 05:00:00

배우 이성민이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을 본 것은 총 두 번이다. 프랑스 칸에서 한 번, 한국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한 번. 오래된 남북관계에서 비롯된 실화를 다룬 이야기이기에, 프랑스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프랑스의 ‘공작’ 시사회관에서는 관객들이 아무 리액션이 없었어요. 한국 언론시사회 때 보니까 웃음이나 감탄사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한국 영화는 한국 사람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룬 소재가 남북관계다 보니 더 그랬죠.”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영화가 다룬 ‘흑금성’사건에 관해 구체적으로는 몰랐다고 말했다. ‘북풍’공작을 위해 미사일을 쏴 달라고 남한 측에서 부탁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구체적으로는 몰랐다. 그러니 자신이 맡은 리명운이라는 인물에 관해서도 과연 실제 인물인가 궁금해졌다.

“영화 속에서 리명운이 보여주는 행보나 변화들이 생소했어요. 제가 매체에서 봐온 북한 사람들은 오로지 국가의 이념만을 위해 맹렬히 달려가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과연 리명운처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북한에 존재할까? 오로지 김정일에 대한 충성만 가진 사람들이 간부직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영화 자문을 해 주시는 분께 물어봤어요. 당연히 그런 사람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죠.”

이성민에게 리명운이라는 인물은 정말 힘든 사람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몇몇 모델을 섞어 만든 캐릭터가 리명운이다. 실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주어진 캐릭터의 틀이 명확했기에 이성민으로서도 계산된 연기를 해야 했다. 오랜만에 ‘연기가 잘 안 되는’ 경험을 했다고 이성민은 털어놨다.

“극중에서 리명운에 대해 흑금성이 ‘강인해보이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대사가 있어요. 정확히 표현되는 만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흑금성과 만나는 장면에서 계속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는데, 그게 너무 어려워서 마음고생을 했어요. 기술적인 부분부터, 오랫동안 제게 나쁜 버릇이 든 부분이 있다는 것도 절감했죠. 그 전에는 단순하고 과한 연기를 해왔거든요.”

최근의 자신이 그야말로 관성적인 연기를 했다고 이성민은 털어놨다. 어릴 때는 대본이 빽빽하도록 체크했고, 체크한 대로 연기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점점 대본에 표시를 하지 않기 시작했고, ‘연기는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그야말로 오만한 생각이었다고 이성민은 말했다.

“흑금성과 만나는 장면을 찍고 난 날 집에 가서 자기 전에 오만 생각을 다 했어요. ‘내가 이 알량한 재주로 먹고 살았단 말인가’라는 생각부터, ‘어렵다’는 생각, ‘오만했다’는 생각까지요. 돈 받고 연기하는데 잘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리명운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숨도 크게 쉬지 않는 사람이에요. 아무것도 안 하는데 긴장감을 오로지 말로만 만들어야 하는 캐릭터예요. 그 속에서 템포도 유지하고, 높낮이도 조절해야 하고, 상대역인 황정민씨와 대사를 조절하며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되는데 정말 힘들고 어려웠어요. 막상 그렇게 힘겹게 만든 장면이 영화 속에서 대단하게 강조되지도 않아요. 그야말로 알량한 재주죠.”

그래도 막 연극 무대에 데뷔했던 어린 시절에나 할 수 있었을 법한 경험을 이 나이에 다시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이성민은 고백했다.

“제가 연기했을때 첫 테이크에 오케이 사인이 나는게 가장 행복한 일이에요. 그런데 그게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최근에는 거의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런 경험을 한게 저뿐만은 아니더라고요. 황정민씨도, 윤종빈 감독님도 모두 힘들어 하셨다고 나중에 서로 고백했어요. 그때부터 마음이 그나마 편해지던데요.”

“‘공작’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거라면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한다는 거예요. ‘정말’ ‘아주’ ‘엄청’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비속어를 쓰고 싶을 정도로 다들 정말 잘 해요. 그것 하나만 해도 ‘공작’을 관객께서 보실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공작’은 오는 8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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