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을 구매해도 될까, 안 될까. 정부와 대한약사회, 학계 및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포함해 24시간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13개 품목에 대한 재지정 논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당초 5개월 내에 마무리하려던 논의는 1년을 더 끌며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논란은 격화되는 분위기다.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 이하 약사회)는 지난달 29일 궐기대회에 이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안전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로 인한 부작용의 급증 등을 문제 삼으며 제도 폐지 혹은 6개 품목 삭제를 주장했다. 이어 8일로 예정된 마지막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조정위원회(이하 지정심위)’에서 국민건강을 우려하는 약사들의 의견이 반영돼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반면 한국편의점산업협회(협회장 조윤성, 이하 편의점회)는 약사회가 급증했다는 부작용의 보고건수가 타이레놀의 경우 2013년 0.0024%에서 2015년 0.0017%, 판콜에이내복약의 경우 0.001%에서 0.0001%로 미미하다며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며 사실을 부풀려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국민의 편의성과 의약품 접근성 측면에서 확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소비자를 대표하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C&I소비자연구소 등 4개 단체가 6일 중재안을 내놨다. 근본적으로 편의점 판매에 따른 국민건강의 영향에 대한 좀 더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 단체는 “의약품 선택이 소비자에게로 전환될 때 편익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편의점 판매자에 대한 교육만을 강조해 온 정책기조를 전환해 소비자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과 노력이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약품 표시제 개선 ▶약물사용정보 추가 제공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소비자 교육 ▶상담전화 개설을 요구했다.
체계적 영향조사를 통해 약사의 도움 없이 소비자가 선택해도 무리가 없는 약들의 경우 편의성 확대를 위해 품목을 더욱 늘리고, 오남용 및 부작용 우려가 있을 경우 충분한 편익 및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현행 지정심위에서 논의되는 몇 가지 품목에 대한 조정검토는 이해관계자의 반발과 로비를 촉발하며 정작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정책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품의 다양화와 자유로운 제품선택을 보장하고 의약외품으로의 전환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년 5개월여간 끌어온 지정심위를 오는 8일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 이상 논의를 끌기보다는 결론을 내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면 다시 심의위를 구성하거나 다른 형태를 통해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다. 이에 8일 조정심위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