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생명유지수단에 머물렀던 인공심장이식 기술이 환자에게 삶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연세의료원 신촌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6일 ‘좌심실 보조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LVAD)’ 이식으로 1세 여아의 심장기능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박영환·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와 정조원·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혈액순환 저하로 폐와 간, 콩팥 등 장기가 기능을 잃어 사망에 이르는 중증 심장질환인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입원한 영아와 여중생에게 각각 ‘인공심장’ LVAD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해인(가명·1세)양은 지난해 12월 말,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응급진료센터에 후송됐다. 당시 좌심실 기능이 정상수준의 5% 이하로 떨어져있어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ECMO) 없이는 호흡이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LVAD 이식술 이후 빠르게 심장 기능을 회복해 6월 말 LVAD 장치를 모두 제거하고 지난달 6일 자신의 심장으로 걷고 숨 쉴 수 있게 돼 퇴원했다.
지속적인 흉통과 구토증상으로 인근 대학병원에서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입원한 최지선(가명·14세)양의 경우에도 심장이식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병원에서 지내야하는 다른 청소년 환자들과 달리 성인과 같이 체내에 LVAD를 이식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돼 지난달 17일 학교로 돌아갔다.
그간 LVAD 이식은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금번 인공심장이식을 통해 심장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에 대한 체내 LVAD 이식에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이와 관련 이 양의 수술을 집도한 박영환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성공적인 수술과 맞춤약물치료, 적극적인 간호가 뒷받침돼 좋은 예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생명유지의 연결고리 역할에 그쳤던 LVAD 이식을 상실된 심장기능의 회복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해 정상생활 복귀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조원 소아심장과 교수는 “해인이의 심장기능이 수술 후 차차 상승해 몸이 붓는 증상이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해 또래와 같이 걸음마를 시작으로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앞으로 주기적인 검진과 약물치료를 병행해 심장이식 없이 정상적인 신체발달과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향후 치료 목표”라고 전했다.
최 양의 수술을 담당한 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체구가 작아 협소한 심장과 그 주변장기 사이에 LVAD 기구를 삽입하기 어려웠으나, 다행히 세밀한 내부 장기구조분석과 수술계획으로 청소년 환자에 대한 LVAD 이식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청소년 환자가 휴대용 LVAD 이식을 통해 질병치료와 일상생활을 병행함으로써 정상적인 신체 발달과 심리적 안정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심장이식 없이 심장기능이 잘 회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2000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인용 체외 LVAD 이식술을 시행했으며 소아에 대한 LVAD 이식술을 시행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아울러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영아와 여중생에 대한 LVAD이식을 위해서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자체 후원금과 한국심장재단을 비롯한 외부 후원기관의 적극적인 연계로 각각 1억원 이상의 진료비를 지원했다.
최동훈 심장혈관병원장은 “두 어린 환자의 사례가 심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면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료진 모두 한층 더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