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날들로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통계를 살펴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2012년 40만4657명에서 2013년 42만5077명, 2014년 46만2099명으로 증가했다.
급기야 2015년에는 50만명을 돌파했고, 2016년에는 54만2939명을 기록하며 4년 사이 34.2%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최근 40도에 육박하는 한낮 더위가 밤에도 식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어 더 많은 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폭염 속에서 잠들 경우 자주 깨거나 잠에 들어도 뇌가 깨어있는 듯한 얕은 수면상태가 지속된다. 우리 몸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바로 아래에 위치한 혈관을 확장해 피가 밖으로 돌게 하고, 혈액순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심장을 빨리 뛰게 하기 때문이다.
높아진 체온을 낮추기 위해 뜨거워진 피를 최대한 외부와 가깝게 해 열을 발산하고, 몸속에서 피가 빨리 돌게 해 온도가 낮아진 피가 최대한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셈이다. 문제는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교감신경이 흥분해 숙면을 방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취침 시 실내온도를 수면에 들기 적합하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신경학과 레이첼 살라스 박사는 18~20℃가 수면에 적합한 온도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수면에 적합한 온도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며 “18~20℃라는 온도보다 에어컨 온도센서를 조금 높게 설정해 잠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개 에어컨의 위치가 높은 곳에 설치돼있어 해당 위치의 온도가 침대나 바닥보다 높은데 찬공기는 아래에 깔리고 높은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공기역학에 따라 취침을 취하는 장소가 상대적으로 설정한 온도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면증을 이기고 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잠들기 전에 수박이나 음료 등 수분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고,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이나 니코틴이 함유된 물질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뇨작용이나 각성작용으로 인해 깊은 잠을 방해해서다.
이 외에도 조 교수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체온을 내려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혈관 수축으로 체표면적이 줄어 체온을 낮추는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어 차가운 물로 샤워하기보다는 잠들기 1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침실은 최대한 정숙한 곳에서 적당한 온도와 조명으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시트나 이불커버는 흡습성이나 환기성이 뛰어난 것을 사용하면 좋으며, 머리나 발을 시원하게 하되 잠자리에 누워 TV나 책을 보는 것은 피해야한다. 만약 2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을 경우 피곤한 느낌이 들 때가지 깨어있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고, 취침 전 격렬한 운동이나 야식, 일상적인 수면제 복용,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
이어 “잠을 푹 자지 못할 경우 낮에 졸음이 쏟아지게 되고,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집중력 저하, 불안장애,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와 함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