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전문분야의 의술을 갈고 닦기 위해 수련을 쌓고 있는 전공의들이 병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비위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최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외침은 권력자들에게 묵살되기 일쑤였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안치현, 이하 대전협)가 목소리를 모아 일침을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전협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고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 내 비위행위를 근절하겠다”며 향후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먼저 자체 신문고 시스템을 운영해 다양한 곳에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위법한 행위가 벌어지는 사례를 수집해 이를 국민과 회원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아울러 의료기관별, 위법행위별 사례를 바탕으로 보건당국과 수련병원 등에게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은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범법행위 중 국내법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PA(Physician Assistant; 의료지원인력)라는 이름의 간호사를 두고, 의사의 고유업무인 수술이나 처치, 환부봉합, 진료기록지 작성 등의 행위를 강요하는 현실에 집중했다.
안치현 대전협 회장은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PA가 1만명 이상 존재하며, 의사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심지어 의사ID로 간호사가 처방을 하는 경우도 공공연한 상황이다. 하지만 해결할 방법은 요원하다”면서 “이제라도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간 약자의 위치에서 여러 비위행위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숨죽여왔던 전공의들은 더 이상 환자의 안전과 스스로의 권리에 대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이 더욱 안전하고 환자에게 당당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승우 대전협 부회장(차기회장 단독후보)은 “PA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도 피해자”라며 “문제는 불법의료지시다. 병원 내에서 불법의료행위를 지시하는 일이 근절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불법행위지시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정부, 그 중에서도 주무부처이자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료계 내에서 제기되는 문제제기나 의견을 무시하지만 말고 불법행위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해 분명히 처벌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PA문제를 근본적인 의사의료인력의 부족에 따른 의료기관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전협과 협의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안 회장은 “복지부는 불법을 눈감고 무엇이 PA의 영역인지, 의사의 영역인지 선긋기를 하자고만 한다. 복지부는 전공의가 해야 할 일, PA가 해야 할 일을 나누기에 앞서 법으로 정해진 불법행위에 대해 처벌하려는 의지를 보여야한다. 불법은 불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애매한 회색지대를 명확히 하고 세분화해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협의가 이뤄져야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의료기관 내에서의 의료인력 재배치가 제대로 안돼 발생한 문제다. 원칙적으로 자원을 적절히 분배 혹은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꿔야한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