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적 사고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소한 사망 등 병원 내에서 발생한 중대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병원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 아이의 목숨과 맞바꿔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2017년 11월 30일, 만 5세였던 김재윤 군이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사망했다. 2세 때 완치율 90%에 이르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3년간 66회의 입원치료와 항암치료 끝에 완치를 눈앞에 뒀지만, 29일 골수검사를 받던 중 심장이 멎었고 다음날 부모의 곁을 떠났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故김재윤 군의 부모는 아들이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했다. 입원 당일 38.5℃의 고열에 시달렸음에도 무리하게 약물을 과다투여하며 수면진정을 시도했고, 골수검사 중 약물부작용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김 군의 부모와 환자단체연합회가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시자료와 상황설명, 영남대병원의 해명을 종합하면, 주치의인 L교수가 백혈병 재발을 의심해 골수검사를 처방했다. 이에 전공의 1년차인 A씨는 검사를 위해 수면진정제를 김 군에게 투여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보호자 측은 병원에서 김 군이 고열로 인해 1차로 투여한 수면진정제 케타민 10mg과 미다졸람 2mg에도 제대로 잠들지 못하자 미다졸람 2mg을 추가로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다졸람의 주요 부작용으로 알려진 호흡억제현상이 벌어졌고, 끝내 숨졌다고 봤다.
이와 관련 보호자 측은 병원에서 3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먼저, 대한소아마취학회 소아진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열을 동반한 상기도 감염이 있을 경우 수면진정제 투여를 4주 후로 연기하라는 권고사항을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수차례의 항암치료와 부작용, 고열로 인해 전신이 쇠약했던 만5세 소아에게 중추신경계 억제제와 수면진정제를 과도하게 투여했고, 그로인한 예상가능한 부작용 위험이 높았음에도 응급처치가 어려운 일반주사실에서 검사가 이뤄져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조치가 미흡했다고 확신했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도 “백혈병을 앓고 있던 자로 최근 열이 나고 있었다고 하나 급격히 진행해 호흡곤란을 발생시켜 사망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임상경과를 거쳐 사망한 것을 감안할 때 진정제 투여와 관련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 주장의 타당성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진정을 위해 사용한 약물의 종류와 양, 진정 중 환자감시 및 호흡곤란이 발생한 후 처치 등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부검을 통해 판단할 수 없으며 필요시 관련 임상학회에 자문이 필요하다”면서 단서를 달았다.
이에 보호자와 환자단체연합 측은 “병원은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하지만 6살 어린이가 고용량의 수면진정제를 투여 받고 16시간 만에 사망했는데 어떻게 질병에 의한 사망이냐. 의료진에게 묻고 싶다”며 사망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병원은 중대하지만 예방 가능한 환자안전사고임에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보고의무화를 통해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정보가 축적된다면, 이를 분석해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교육과 환류에 쓰일 수 있고,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거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후 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병원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개인적으로도 부모로써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현재 민사와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그렇지만 “유족에게 사과와 죄스러움을 수차례 전한 것으로 안다”며 무너지는 부모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지만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