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국민청원이 20만을 돌파하지 못하며 의사들의 내부결속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이 정부정책의 균형을 맞출 동반자 겸 견제자로서의 역량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전국 순회의 시작은 중앙에서 가장 먼 제주도였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방상혁 상근부회장과 함께 제주시의사회를 찾아 40여명의 회원들 앞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의 추진경과와 문제점을 비롯해 의사관련 현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먼저 방 부회장은 최대집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부상한 주요업무와 대응결과를 설명했다. 특히 대한신경과학회를 시작으로 학회들과의 논의과정에서 드러난 진료과별 요구사항과 인식 차이를 조율해나가며 합치된 의견을 이끌어내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문재인 케어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 중인 보건의료제도의 개편과정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한 불합리한 보건의료법령 제·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와의 교감도 높여가겠다는 계획을 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연단에 선 최대집 회장(사진)은 소개된 현안들과 논쟁거리를 의료계가 제대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결집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부역량을 모으고 강화해야만 보건의료계에 몰아치는 개악의 위협을 몰아내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시도의사회는 객관적으로 잘 정비된, 무시할 수 없는 전문가집단이다. 중요한 건 우리 역량을 얼마나 끌어올려 적기에 집중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면서 “회원의 50%가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한국의료체계의 의미 있는 개선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신을 담아 말했다.
문재인 케어도 정조준했다. 최 회장은 “대통령이 남은 임기 4년간 30조원을 들여 3600개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하겠다는 급진적 보장성 강화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을 거덜내 결국 저수가 체계를 고착화할 것”이라고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이어 “의사들의 집단행동 역량을 강화하고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 한국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문재인 케어 저지와 수가정상화를 위해 목숨을 바쳐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상혁 부회장 또한 “서발법에 보건의료분야가 포함된다면 법안에 반대하는 보건의료단체나 민주노총 등 모든 세력과 연대해 강력한 저지선을 구축하겠다”면서도 “총파업을 실행할 힘이 있을 때와 없을 때에 따라 협상력은 천차만별”이라며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요청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의협이 수가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 ‘정부와의 협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등 현 집행부의 의지와 업무수행결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담은 날선 질문도 제기됐다.
이에 최 회장과 방 부회장은 40대 의협집행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업무들의 방향성과 당위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수가정상화를 비롯해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의 협상태도가 9월 말까지 변하지 않는다면 모든 대화를 접겠다는 뜻을 밝히며 강한 의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이날 제주도의사회는 최대집 회장과의 대화 겸 결의대회를 열어 비급여의 급진적 급여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고 의료수가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는 ▶필수의료 중심의 전진적 보장성 강화 ▶OECD 평균 수준의 의료수가 정상화 ▶심사기준 및 체계 개선 ▶현지조사 개선 ▶진료실 폭행방지법 신속시행을 골자로한 내용이 담겼다.
한편, 최대집 회장은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를 돌며 의사가 의사답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나가자는 뜻을 전하기 위한 ‘회원과의 대화 및 결의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지언 제주의사회장은 “정신없이 터지는 현안에 대응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회원과의 대화에 나서 서로 소통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최대집 회장의 ‘회원과의 대화’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