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미술관의 부관장 수연(수애)은 미술관의 재개관전을 기획해 관장에 오르고 싶어한다. 시도 때도 없이 그녀를 치고 올라오는 후배,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관장(라미란)에게 끝내는 이기고 싶어하지만, 세상 사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관장은 그녀가 기획했던 신인작가전을 무산시키고, 새로운 작가를 데려오라고 말한다. 그 때 수연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 때 자신과 사귀었던 작가 지호(이진욱)다.
수연의 남편 태준(박해일)은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경제학 교수다. 젠트리피케이션 시위에 나선 노인이 분신하던 현장에서 그를 구한 뒤, 정치권의 뒷받침을 받아 촉망받는 정치 신인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자신이 교직에서 계속해 주장하던 시민은행 프로젝트도 사방에서 도와주겠다는 손길이 밀려든다. 그러나 곧 태준은 자신의 선거 출마에 정치권의 어두운 거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거기에 아내인 수연 또한 한몫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른바 사회 지배계급이라고 불리는 재벌들의 추악한 이면과 정치권의 비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논리 하에 변해가는 사람을 그린다. 수연은 “그럴 거면 그만두라”는 남편 태준에게 “네 욕망만 욕망이고 내 욕망은 XX이냐”며 자신이 가진 신분상승의 욕구를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태준은 입으로는 바르고 옳은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을 유혹하는 어린 비서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영화는 저열한 욕망을 그린다는 미명 하에 저열해진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섹스를 포장하는 재벌의 이야기를 담기 위한 베드신은 지나치게 길다. 의미 없이 배우들의 몸을 훑고, 시간을 낭비한다. 영화가 도둑촬영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담는 방식은 1차원적이며, 그것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방식은 비현실적이다.
인물들의 연기는 빛나지만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주제가 모호하니 그 빛이 흐려진다. 묵직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농담들은 통렬하지만 대안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그게 현실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만이 '상류사회'의 리얼함이다.
‘상류사회’는 오는 29일 개봉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