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의류청정기 혁신의 ‘이면’

[기자수첩] 삼성전자 의류청정기 혁신의 ‘이면’

기사승인 2018-08-24 05:00:00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언급된 ‘완전히’는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다는 말이다. 종합하자면 혁신은 ‘흠잡을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한 어떤 행위’로 풀이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가전 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겠다며 의류청정기 ‘의류드레서’를 출시했다. 에어드레서는 에어·스팀·건조·청정 등 4단계 과정을 통해 의류의 미세먼지와 냄새를 제거해 주는 제품이다. 에어드레서에는 세탁기의 스팀 기술, 건조기의 저온 제습 기술, 에어컨의 바람 제어 기술, 냉장고의 냄새 제거 기술, 공기청정기의 필터 기술 등 삼성전자 가전 기술이 총 망라됐다.

김현석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대표이사(사장)는 에어드레서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에어드레서는 먼지를 털고 (의류의) 주름을 펴는 것뿐 아니라 미세먼지까지 획기적으로 제거하는 차원이 다른 혁신 제품”이라며 “단순한 의류관리기가 아닌, 새로운 의류 청정 솔루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미세먼지 제거 기술을 앞세웠다. 이는 기존 시장을 독점해왔던 LG전자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차별성을 두고자 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의류를 관리함과 동시에 의류에 붙은 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른바 ‘미세먼지 재난’에 시달린 한국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으로 여겨진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미세먼지까지 제거해주는 유일한 의류관리기가 에어드레서는 아니란 점이다. 스타일러의 경우 옷을 흔들어 주는 ‘무빙행어’와 물을 이용한 ‘트루스팀’ 기술을 이용해 생활 구김과 냄새, 미세먼지까지 없앤다. 무빙행어 방식을 이용하면 먼지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제거되므로 애초 공기청정기 필터가 필요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에어 방식으로 미세먼지를 떼어낸다. 이때 에어의 방향에 따라 먼지가 날리는데 공기가 통과하는 모든 곳에 먼지가 부유해 있으므로 공기청정 필터 탑재는 필수다. 결국 방식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미세먼지 및 냄새 제거와 살균 기능은 스타일러에도 있었던 기능들이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한 에어드레서에 업계가 실망을 감추지 못했던 이유다.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는 ‘의류청정기’라는 말도 혁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간담회를 통해) 몇 가지 새로운 용어를 들으셨을 것”이라며 “그전에 쓰지 않았던 말인 ‘의류청정기’라는 개념이다. 그만큼 의류를 깨끗이 관리하고 청정하게 만드는데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어긋나는 발언이다. 앞서 지난 5월 라이프케어기업 코웨이는 의류와 드레스룸을 함께 케어 하는 2in1 제품인 ‘코웨이 사계절 의류청정기’를 선보였다. 3달 먼저 의류청정기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달 초부터는 렌탈 사업까지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혁신성을 강조하고자 경쟁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 아쉬울 뿐이다.

혁신성이 제품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는 아니다.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제품력, AS 서비스, 가격, 디자인 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소는 다양하다. 혁신 아닌 혁신을 강조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임시 방편일 뿐이다. 결국은 제품력이다. 삼성만이 가진 기술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어필하는 것이 롱런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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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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