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은 주는 반면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집값이 오를 때 거래량도 함께 오르기 마련이다. 이같이 둘이 역행하는 구조는 기존 시장 상황에 빗대어 봤을 때 특이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이유를 서울 일부지역 개발에 따른 매수자들의 기대심리가 발생한 데에 따른 것으로 본다. 향후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게 되면 당분간 서울 집값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주간아파트가격 상승률은 0.37%로 지난주 상승률(0.18%)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852건으로 최근 5년 평균 1만113건보다 4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 14개구의 아파트매매거래량은 3056건으로 5년 평균 대비 38.2% 감소했고, 강북 11개구도 2796건으로 45.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집값이 오를 때 거래량도 같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이처럼 거래량이 줄어드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부지역의 호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계속해서 이뤄지는 가운데, 개발 지역의 집값이 서울 전체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강북개발 등의 발언은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실제 서울 지역 내 교통·주거개발 호재가 있는 구역의 집값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작구(0.80%, 흑석뉴타운개발), 강동구(0.66%, 지하철9호선연장), 강서구(0.53%, 마곡지구), 영등포구(0.51%, 여의도통합개발) 등이 그렇다.
강남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정부의 투기지역 지정 등과 같은 정책은 결국 이곳 땅값이 오를 예정이니 투자하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며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등으로 인해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해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증여 목적이 아니라면 조정대상지역에서 양도세 관련 규제가 무거워져 매도자가 쉽게 매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서울시 개발안이 언급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호가가 올라 매도자 우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고, 정부의 양도세제 강화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매물잠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울 집값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투기과열지구지정 등 추가대책을 내놓아도 큰 실효성이 없을 거라 본다. 일각에선 정부의 규제가 가리키는 대상은 결국 일반 서민들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함영진 랩장은 “조만간 투기지역이 추가 지정돼도 정부가 이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돈줄을 조인 상태라 큰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가을 이사철 시즌이 겹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지금과 같은 기조로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경제는 10년 주기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듯, 부동산 시장도 가파른 상승이 있으면 어느 순간 다시 하락이 이뤄진다”며 “현재 정부는 그 변곡점을 자꾸만 뒤로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당초 정부의 계획규제 대상이었던 다주택자가 아니라, 청년가구와 무주택자 등 일반 서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