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게 불행한 사고가 닥쳤을 때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사고로 인해 손상된 신체의 치료가 이뤄진다. 급한 치료라고 해서 급성기 치료라고 부른다. 이후 치료로 인한 상처 등이 잘 아물 수 있도록 회복기를 갖는다.
이렇게 1차적 급성기 치료과정이 끝났음에도 일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이 떨어졌을 경우 2차 치료가 이뤄진다. 흔히 재활치료라고 알려진 방법이다. 여기에는 2가지 치료가 병행된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다.
물리치료는 신체적 기능의 재활을, 작업치료는 정신적·사회적 기능의 재활을 목적으로 한다. 물리치료를 통해 관절의 경직 등 신체적 문제를 해결하고, 작업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운동능력과 더불어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환자는 사회로 돌아가 때에 따라 재활치료나 추가적인 급성기 치료를 병행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사회복귀과정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고,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요양병원과 재활병원 등을 떠도는 ‘재활난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사회로 복귀한 이들의 일상생활 속 불편, 예를 들어 청소나 목욕과 같은 행위를 비롯해 치료를 위한 병원으로의 이동 등을 지원할 각종 서비스나 제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해 사회복귀 후 삶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삶을 비관해 생을 마감하려는 시도들도 종종 벌어진다.
◇ 해법은 ‘환자 중심’ 지역사회 연계서비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30일 윤소하 의원(정의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재활난민과 사회복귀 무엇이 필요한다’를 주제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재활난민문제와 장애를 얻은 이들의 사회복귀 전 후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치료와 간병의 개념부터 급성기에서 회복기로 넘어가는 치료과정의 획일성, 물리치료와 작업치료의 수가차이, 요양시설과 병원의 기능중복 및 기관난립, 퇴원 후 일상복귀 및 재활치료·재가서비스의 부실, 보험체계의 구조적 한계 등 재활난민을 양산하는 각종 문제가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전달체계) 전반과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장애를 얻은 이들의 재활은 사회의 성숙도와 민주주의의 발전 척도라는 평가에 공감하고 부족함을 느낀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7년 10월부터 재활의료 지정기관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내년도 본 사업에 앞서 면밀한 평가를 통해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사 둘이 만나 결혼하면 차상위계층이고, 사회복지사 둘이 만나 결혼하면 수급자란 이야기를 들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불행한데 환자에게 행복이 전해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지만 수가를 비롯해 재활치료 전달체계 등을 단계적이고 차근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복지부가 실행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지역돌봄체계)’와의 연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건강보험이나 서비스가 아닌 환자, 질환 중심으로 체계가 개편돼 이들이 한 사람의 사회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정 과장은 “의사나 치료사 주도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일본처럼) 환자를 중심으로 케어매니저가 보험부터 치료계획, 지역내 활동 및 생활 보조까지 포괄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포괄케어센터에서 환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역할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커뮤니티케어의 한 부분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알고도 해결하기 어려운 총체적 ‘재활 난국’
정부의 이 같은 의지 표현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사고로 장애를 얻은 이들이 급성기 치료를 받은 후 회복기 재활병원에서 장애가 고착화되기 전에 일부나마 회복을 돕고, 추가적인 문제를 예방하며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와 서비스가 제공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다.
박인선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장은 “환자가 퇴원해 병원을 나서는 순간 그 다음이 없다.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며 같은 치료를 기약없이 반복한다”며 “재활치료를 잘해 집으로 사회로 안전하고 행복하게 돌려보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혹평했다.
급성기병원과 재활병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재가서비스 등이 환자의 재활과 사회복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정부와 지역사회가 이들을 지원해야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이다.
이에 그는 “목표를 바꿔야한다. 집으로 돌아가 안전하게 생활하고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와 협조,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활병원 시범사업,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연관성이 높은 분야부터 포괄적으로 운영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주 국립재활원 사회복귀지원과장은 일본의 재활의료체계를 벤치마킹해야한다고 말했다. 재활단계별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치료체계를 질환별·대상자별로 체계화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보수체계를 설정하고, 제도적 지원이나 규제를 강화해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경험한 전문가들은 적정보상과 적정지원, 환자 중심, 진환별 맞춤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직역별 역할갈등 해소 등 제시된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공감했다. 정부 또한 동의하며 방향을 잡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 넘어야할 또 하나의 장벽, ‘의료계’의 반대
하지만 당장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9일 방문물리치료사 제도도입에 대해 반의의견을 제시했다. 의사의 처방을 전제로 의료기관 이외 장소에서 물리치료사의 방문진료를 허용하자는 정부의 제안에 의료법과 의료기사법 등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료업을 수행함에 있어 의료기관을 개설해야하는 의무를 규정한 의료법 33조와 의사의 지도를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물리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의료기사법 시행령 13조를 근거로 “방문치료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방문물리치료사 제도를 도입하려는 복지부의 검토요청자료의 기술내용은 현행 의료법 등 관련 법률 및 의료체계에 배치되는 내용으로 실제 사실과 다르며 처방을 전제로 한 방문물리치료의 허용범위를 확장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더해 방문물리치료를 허용할 경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 명백한데다 의료체계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화상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한편, 의료계는 방문간호서비스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재활치료를 비롯한 의료서비스 이용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일이 병행돼야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