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맑은 가을 날, 창덕궁에서는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인도네시아 조코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 부부를 환영하는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국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자 문재인정부 출범 후 아세안 국가 중 처음으로 양국을 서로 방문한 조코위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이날 휴관인 창덕궁을 열어 귀한 손님을 맞이했다.
창덕궁은 한국의 전통건축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이자 자연과 조화를 이룬 가장 한국적인 궁궐로, 조선왕조 대표적 궁궐이자 300년 동안 왕이 주재했던 ‘법궁’으로서 순종 때까지 사용된 최후의 궁궐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날 환영식은 청덕궁 안에 있는 금천교 입구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어린이 환영단이 맞이하면서 시작됐다. 어린이 환영단은 전통복장을 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직원 자녀들과 파주 접경지역 초등생들로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흔들며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두 정상은 자세를 낮춰 어린이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이어 인정문 앞에서 약 300명의 육․해․공군 장병으로 이루어진 의장대와 군악대의 사열을 받고 전통기수단을 통과해 인정전 앞 상월대에 올라 환영 행사를 가졌다.
조선 말기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창작한 곡을 바탕으로 만든 ‘향악정재’ 라는 궁중무용 ‘가인전목단’이 환영 공연을 펼쳤다. ‘아름다운 사람이 모란을 꺾는다’는 뜻을 지닌 춤으로 조선시대 외국 사신을 위한 접견 등에서 공연됐으며 현재까지도 전승되어 오는 아름다운 춤이다.
공식 행사를 마친 두 대통령 내외는 상월대에서 내려와 양국 환영인사 및 수행원과 인사를 나눴고 기념촬영을 한 후 인정전 내부를 관람했다. 인정전은 ‘어진 정치’를 펼치라는 의미가 담긴 창덕궁의 으뜸공간으로 국가의 주요 의례가 열리던 공간이다. 현재 4월~10월 중 달빛 기행 관람을 통해 국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공식환영식을 마친 후 두 부부는 카트를 타고 ‘영화당’으로 이동해 친교행사를 가졌다. ‘부용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잠시 설명을 들으며 환담을 나눴다.
‘창덕궁 후원’은 조선왕실의 대표적 정원으로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정자와 연못 등이 한국 최고의 정원으로 꼽힌다. ‘부용지’는 휴식뿐만 아니라 학문과 교육을 하던 장소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라는 뜻에 근거하여 사각의 부용지 연못은 땅을, 가운데 둥근 섬을 하늘을 상징한다고 한다.
두 정상 부부는 규장각, 부용정, 과거시험장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화당’으로 자리를 옮겨 전통 소반에 준비한 차와 다과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보고르 궁을 방문했을 때 조코위 대통령이 보고르 궁을 하도 자랑하길래 이번에는 더 좋은 곳으로 모실려고 창덕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하게 됐다. 이곳 창덕궁은 600년 동안 조선의 임금들이 집무를 보고 외국 사신을 맞고 신하들과 국정을 논의하던 곳”이라며 “현대에 들어와서는 조코위 대통령이 조선의 궁에서 최초로 공식환영 행사를 한 외국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코위 대통령은 “창덕궁이 얼마나 아름답고 큰지 알게 됐다. 너무나 특별한 환영 행사를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조코위 대통령 부부에게 우리 역사와 정취를 설명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창덕궁에서 열린 이번 환영식은 K팝 등 한류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한국 궁궐의 아름다움과 문화, 역사를 소개하는 뜻깊은 기회가 됐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