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를 기가 막히게 보기로 이름난 지관 박재상(조승우)은 세도가 김좌근(백윤식)의 수작에 의해 이미 결정난 효명세자의 묫자리에 관해 임금이 묻자 “흉지”라고 답해 김좌근의 눈밖에 난다. 처자식을 김좌근에게 모두 잃고 박재상은 백성들의 시름을 덜기 위해 좋은 터를 잡아주며 산다. 그러나 김좌근에 대한 원한은 잃지 않은 채, 김좌근의 선친 묫자리에 대해 묻고 다닌다. 그의 선친이 묻힌 자리를 보고 몰래 이장 등을 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무도 김좌근의 선친이 어디에 묻혔는지 모른다.
흥선군(지성)은 왕손으로 태어났으나 김좌근 등의 세도가 무리에게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산다. 철종 치하, 왕권이 땅에 떨어진 시대. 흥선군의 신세는 말도 못하게 처량하다. 심지어 김좌근의 아들 김병기(김성균)는 그에게 자신의 다리 밑을 기어 가라는 말까지 하며 비웃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권위를 되찾아 왕권을 바로 세우고 조정의 질서를 되찾겠다고 되뇌인다. 그리고 흥선군은 김좌근의 선친 묫자리를 캐묻고 다니는 지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김좌근에 의해 일가를 잃었다는 배경을 알게 된 흥선군은 박재상에게 함께 김좌근 집안의 묘 지도를 훔쳐내자고 제의하게 된다.
영화 ‘명당’ (감독 박희곤)은 최근까지도 한국에 남아있던 민간신앙인 풍수지리를 기반으로 펼쳐낸 사극이다. 이른바 좋은 곳에 묘를 쓰면 후손들이 좋은 운을 타고 잘 되지만, 흉지에 묘를 쓰면 후손들마저도 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풍수지리는 조선의 도읍이 한양으로 정해지는 데도 인용되었으며, 내로라 하는 양반가문들은 모두 풍수에 따라 가문에 묘를 썼다는 기록이 있다. ‘명당’은 이같은 풍수지리를 통해 인간의 욕심과 인생에 대해 말한다.
조승우, 김성균, 지성, 유재명, 문채원, 이원근, 백윤식이라는 라인업 때문에라도 언뜻 이야기는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풍수지리와 얽히며 펼쳐지는 근대사와 흥선군 역을 맡은 지성 캐릭터의 변화 등은 ‘명당’이라는 이야기를 더욱 탄탄하게 다진다. 훅 들어와 맛깔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과 몰아치는 이야기의 조화는 순조롭게 극을 끌고 간다.
다만 그 외의 이야기는 전형적이다. 두 시간 내외의 영화라고는 하지만, 관객들은 항상 자신이 마주앉은 스크린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길 바라는 법이다. ‘명당’은 그런 의미에서 신선하거나 대단히 몰입감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추석 대목에 중장년층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오는 19일 개봉. 126분. 12세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