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라는 모토 아래 사회 곳곳의 어려운 이들을 품는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 오늘은 발달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초청해 정부가 마련한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말씀드리고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12일 정책 발표 간담회에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담당 부처인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장관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자리했고 환경노동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국회의 관련 위원회 의원들도 참석했다. 전국장애인 부모연대,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등 관련 시민단체와 의료계, 학계, 언론계의 장애인 관련 인사들도 청와대 관계자들과 함께 했다.
대통령은 영빈관 2층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복도에 전시된 그림들을 감상했다. 그림들은 중증 발달장애를 이겨내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 박혜신 작가가 그린 것으로 산과 나무, 개울 같은 우리 자연을 테마로 한 유화 작품들이다. 대통령은 박혜신 작가와 어머니의 그림 설명을 들으며 그림 작업을 하며 경험한 이야기와 작품 제목을 되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대통령은 바로 옆에 마련된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 카페, ‘I got everything’을 찾아 바리스타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김정숙 여사는 “커피가 정성스러우니 더 맛있다”고 말했다.
행사장으로 입장한 대통령은 모든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 전원과 악수를 나눴다. 몇몇 참석자들은 박수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셀카를 요청하고 그동안의 사연을 이야기 하는 분들도 있었다. 때문에 대통령이 테이블 전체를 순회하고 입장을 마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장관들을 대표에 종합 대책 발표에 나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평창 올림픽을 전후로 발달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왔다며 “그동안 정부가 참 잘못하고 있었다, 일부에 대해서만 귀를 기울였는데 지난 어린이날에 청와대 마당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대통령님이 따로 지시하셔서 종합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생애주기별 필요서비스 분석해서 고용, 교육 등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유아기, 청소년기, 성년기의 발달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대책이 아직은 미진하겠지만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발달장애인들과 가족들도 발언에 나섰다. 발달장애를 가진 7세 아이를 둔 만화가 이정헌씨는 “아이가 7살이라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데 어떤 학교를 가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장애인도 가고 싶은 학교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스페셜 올림픽에서 3관왕을 한 17세 정소연 선수는 “역도가 재미있었다, 대회에 나가서 기분이 좋아서 역도를 시작했다”고 말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의 발언 순서로 이어가려는 순간, 한 어머니가 손을 들어 발언을 요청했다. 사회자는 어머니에게 발언 시간을 드렸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딸과 함께 새벽부터 출발해 청와대로 왔다는 어머니는 “오늘 대책에 대해 기대가 많았지만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꼼꼼하게 대화하며 대책을 만들겠다는 장관의 약속을 꼭 지켜달라, 대통령이 직접 대답해 달라”고 말했다.
격정적인 어머니의 토로에 참석한 발달장애인들과 가족들, 정부 관계자들도 박수로 응답했고 몇몇 참석자들을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 듣고 발언에 나선 대통령은 “발달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보다 살아가기가 훨씬 힘이 든다”고 전제하며 부모님들과 가족들의 고통, 특히 부모님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무릎을 꿇기도 한 이야기를 하며 울먹였다. “부모님들은 내가 하루라도 더 살아서 아이들보다 끝까지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은 발달장애인들 처지를 호소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빌기도 하고, 머리를 깎기도 하고, 삼보일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 아픈 마음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따뜻하게 마음을 보여줬는지, 그런 반성이 듭니다.”라며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고충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대통령은 발언했던 어머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발달장애인 가운데서 최중증 장애인들이 전국에 1만8000여명이 된다는 사실을 전하며 “그 분들도 다른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함께 필요한 교육을 받고, 또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