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바다 수놓는 은빛 향연’ 목포 갈치낚시

‘가을 밤바다 수놓는 은빛 향연’ 목포 갈치낚시

기사승인 2018-09-17 11:21:49

-올해 갈치 최대 풍어-

-평화광장 앞바다 일대, 11월말까지 3개월 한시 허가-

 전남 목포 앞바다가 은빛 갈치를 잡으려는 강태공들로 연일 활기가 넘치고 있다.

초보 어부들도 쉽게 배울 수 있어 지난여름 폭염을 식히며 갈치 낚는 재미에 밤을 잊고 있다.

14일 구름에 가렸던 저녁 해도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어둠이 깔리자 검푸른 바다 한가운데서 낚싯배들이 하나둘 집어등을 밝힌다.

 크고 작은 갈치 배마다 양쪽으로 낚싯대가 빼곡하다.

저녁 6시 목포 남항을 가장 먼저 출발한 22인승 낚시배는 20분 가량 달려 선장이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에 닺을 내렸다. 마침내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어부들 모두는 아이스박스에 갈치가 차고 넘치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다. 여기저기서 파이팅을 외치며 각오가 대단하다. 일인당 2대의 갈치낚시 전용 릴대의 낚시바늘에 꽁치미끼를 정성껏 달아 푸른 바다 속으로 내리고 초릿대(낚싯대의 맨 끝 마디)가 물을 향해 마음껏 휘기를 기다린다.

초릿대가 까닥까닥 입질을 하다가 끝이 휘는 순간 잡아채면 갈치가 물 밖으로 은빛 얼굴을 내민다.

강태공들과 선장의 기대 속에 낚시를 시작한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드문드문 은빛 갈치가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소문만큼 갈치가 잘 안 잡히자 기대에 부풀었던 낚시꾼들은 물반 갈치반이라더니실망스런 눈빛이 역력하다. “무화과 축제 땐 이상하게 갈치가 잘 안 나오네요. 뭐 할라고 비 내리는 밤하늘에 폭죽은 저렇게 쏘아 올린데” 15년 경력의 베테랑 김희주 선장(43·목포포인트낚시)은 애꿎게 축제 탓을 했지만 지금 만조시간이어서 물의 흐름이 없다. 조그만 더 기다리면 갈치가 잘 나올 것이라며 안심 시켰다.

선장의 예상대로 낚싯대를 드리운지 2시간여 지나자 물 밑 조류의 움직임이 빨라졌는지 갈치들이 먹이활동을 시작하면서 입질이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건너편 배에서도 연신 낚싯대를 들어 올린다. 은빛 갈치들이 향연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고기가 잘 안 잡히면 손님들 보다 제가 더 입술이 탑니다.”

지느러미의 아름다운 율동과 함께 갈치들이 춤을 추듯 배위로 올라오기 시작하자 선장과 사무장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일일이 초보낚시꾼들에게 다시 한번 미끼 끼우는 법. 낚시줄을 정확히 갈치군이 형성되어 있는 포인트까지 내리는 법. 이빨이 날카로운 갈치의 입에서 낚싯바늘을 빼는 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김 선장은 낚싯대를 바다에 내리면서 미끼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쑥 들어 올리세요. 낚시줄이 다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한 번 올리면 4-5m입니다. 원래 갈치는 6~9m 정도 수심에서 잘 나오지만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염도가 낮아져 갈치가 상층부에서 입질을 많이 합니다.”전문가답게 조언한다. 올해는 갈치가 풍년이어서 기본 초보자도 수십 마리는 잡아 올립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마릿수는 적어지지만 씨알은 좋아져요.”라고 말했다.

도시 어부들과 가족단위 여행객, 이를 지켜보는 선장과 주위의 모든 낚싯배들도 은빛낚기 삼매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전남 곡성에서 대장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초보낚시꾼 임낙홍 씨는 손맛도 좋고 고기도 잘나오고 기분이 최고네요! 모처럼 아내에게 사랑받겠다.”며 활짝 웃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스치로품 상자마다 갓 잡은 갈치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초보 어부들이 밤낚시에 심신이 피로할 무렵, 선장은 어느새 자신이 잡아 올린 갈치를 듬성듬성 썰어 식탁에 푸짐하게 올려냈다. 회 접시는 일회용이지만 싱싱함과 쫄깃한 식감, 갈치 고유의 향은 육지의 어느 횟집에서도 흉내 낼 수 최고의 맛이다. 기름진 회로 느끼해진 속은 무한 제공되는 컵라면과 커피로 달래면 된다.

회와 따끗한 국물로 허기를 채운 어부들은 밤새 내리는 가을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낚싯줄을 바다에 내리고 가을 밤 갈치낚시 매력에 점점 더 빠져 들고 있었다.

 올해 갈치 풍어는 2013년부터 중국과 일본이 잠정조치수역 내에서 금어기를 정해 조업을 관리한 효과와 함께 특히 올 여름 폭염에 따른 한반도 해역의 수온 상승으로 난대성 어종인 갈치 풍어를 낳았다. 모처럼 값비싼 갈치가 풍어를 이루면서 이번 추석 선물로 갈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을밤을 수놓는 목포 앞바다 갈치낚시는 오는 11월 말까지 계속된다.

 목포=곽경근 선임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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