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①] 추석에 ‘이상한 나라의 B급 며느라기’를 만나려면

[추석 특집①] 추석에 ‘이상한 나라의 B급 며느라기’를 만나려면

기사승인 2018-09-22 07:00:00

세상이 바뀌었다. 변화의 주인공은 여성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세상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여성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바뀌었다. 이전엔 꺼내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정재계와 문화예술계, 스포츠계를 거쳐 학교까지 휩쓸고 있다.

며느리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아버님, 어머님들에게 말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지금까진 며느리들이 냉혹한 시월드의 적응기를 음지에서 이야기하거나 속으로 삭혀야 했다면, 이젠 시월드의 어르신들이 며느리들을 공부해야 할 차례다. 지금의 며느리들을 이해하기 좋은 참고 자료로 웹툰 ‘며느라기’, MBC 예능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영화 ‘B급 며느리’를 소개한다.


△ 웹툰 ‘며느라기’

평범한 직장인 주인공 민사린이 평범한 직장인 남편 무구영을 만나 평범한 시댁에서 평범한 며느리로 겪는 고충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웹툰이다. 제목인 ‘며느라기’는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시댁 식구들에게 예쁨 받고 싶은 시기를 뜻한다. 주인공 민사린 역시 처음에는 시댁 식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며느라기를 겪는 인물이다. 하지만 점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변화하는 내용을 그렸다. 작가인 일러스트레이터 수신지는 결혼한 여성이 아무도 강요하지도, 가르쳐주지도 않은 며느리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가 궁금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초까지 연재된 ‘며느라기’는 입소문만으로 이례적인 큰 성공을 거뒀다. 대형 포털 사이트도 아니고 개인 SNS에 연재됐지만, 팔로우 숫자만 무려 64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며느라기’를 ‘2017 오늘의 우리 만화’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기획한 박지아 CP도 ‘며느라기’를 보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책으로도 발간돼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민사린의 SNS로 보는 방법도 있다.


△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왜 사위는 언제나 백년손님이고, 며느리는 도리를 지켜야 하는 백년일꾼이어야 하냐는 물음에서 시작된 예능형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며느리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며느리한테만 강요되는 도리와 희생에 의문을 던지고, 그동안 며느리이기 때문에 받아온 불공평한 대우와 억압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임신한 며느리가 연휴 기간에 홀로 시댁에 가는 모습부터, 제왕절개 여부를 시부모와 고민하거나, 아이를 훈육하는 관점의 차이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며느리와 시부모의 갈등을 현실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며느리’란 소재는 서열화, 차별이 중첩해서 만나는 꼭지점”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나이나 위계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게 가족인데, 관계 서열에서 낮으면 바로 아랫사람 취급을 한다. 또 ‘자식’을 나의 소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특히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아들의 배우자인 며느리도 ‘나의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가수 이현우, 배우 권오중, 방송인 이지혜가 진행을 맡고, 배우 민지영과 그룹 V.O.S 최현준의 아내 신소이, 난타 배우 고창환의 아내 시즈카가 출연 중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지난 4월 첫 파일럿 방송부터 높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며 6월부터 정규 편성됐다. 그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8시55분 방송됐지만, 목요일로 방송 시간이 변경됐다. VOD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해 지난 회차들을 살펴볼 수 있다.


△ 영화 ‘B급 며느리’

명절을 앞둔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고부갈등을 4년에 걸쳐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매번 어머니의 말이 바뀐다며 증거를 남겨달라는 아내의 요청에 따라 카메라를 들고 찍은 영화감독 남편에 의해 탄생된 영화다. 다른 작품들이 며느리의 고민과 고통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B급 며느리’는 할 말 하는 아내를 통해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웃기게, 혹은 심각하게 담아내는 남편의 카메라는 결국 가부장제라는 근원적 문제에 도달한다.

‘B급 며느리’는 지난 1월 설 연휴 기간에 개봉해 독립영화로서는 높은 수치인 2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감독 선호빈은 비슷한 시기 같은 제목의 책도 출간해 영화에 담지 못한 뒷 이야기와 그 이후 이야기를 담았다. VOD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 읽어볼 수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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