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자취생들의 메카, 신림동을 방문했다. 신림동은 봉천동과 함께 서울시 관악구에 속한 동네로 수많은 사회초년생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방값으로 서울 다른 지역보다 거주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우선 교통 및 생활 인프라는 부족함이 없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을 나오자마자 눈앞에는 번화가가 펼쳐진다. 신림동의 첫인상은 ‘빽빽함’이다. 큰 상가보다는 작은 상점들이 가로, 세로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수많은 간판들은 서로 자기들을 봐달라고 다양한 색과 모양을 입고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여기에 다양한 연령층의 유동인구는 동네 밀도를 한층 더 높였다.
사람과 건물 사이를 해쳐 번화가 중심으로 이동했다. 자취생의 메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밥집, 술집, 카페, 병원, 약국, 스포츠센터, 경찰서 등 각종 편의시설 및 유흥시설이 입점해 있다. 가격은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저렴한 편에 속했다. 1인 식당도 눈에 띄었다.
근처에서 만난 대학생은 “현재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2000에 50인 집에 살고 있다”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을 제외하면 신림이 사회초년생이 살기에 적합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림에서 서울 어느 지역이든 한 시간 이내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며 “편의시설도 집 주변에 입점해 있어 쉽게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신림에는 도림천이 흐른다. 이곳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민들과 자취생들의 산책 및 운동 공간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구분돼 있는 등 잘 조성돼 있다. 도림천을 따라 계속 걸으면 서울대학교가 나온다. 저녁이 되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끼리의 모임도 자연스레 형성되며, 종종 지역 행사도 이곳에서 열린다. 빽빽한 신림에서 여유로울 수 있는 유일하고 소중한 공간이다.
도림천에서 만난 지역주민은 “밤만 되면 이곳에 어르신, 학생, 직장인들의 만남의 장이 된다”며 “정이 많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주민은 “걷다보면 ‘개판5분전’이라는 반려견들을 위한 모임장소가 조성돼 있다”며 “날이 좋을 때 그곳에 가면 신림에 사는 모든 개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깔끔하고 조용한 동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림동은 다소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순대타운 옆을 지날 때의 순대 냄새는 곧 신림의 냄새이기도 했다. 각종 음식과 술 냄새는 순대타운 앞에서 수렴됐다. 밤이 되면 더 시끄러워지는 소음은 덤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는 “신림 번화가는 지역 거주민만 오는 곳이 아니라 근처 직장인들까지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다소 왁자지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은 “외부인들에게 신림은 자기 동네가 아니니까 상대적으로 함부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주에서 올라온 대학생은 “개인적으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신림에서는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번화가 맞은편에는 주택가가 모여 있었다. 번화가가 평지에 위치한 반면 주택가는 다소 언덕이 있는 고지에 들어서 있었다.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주택 역시 밀도가 높았다. 오르막길을 올랐다. 중심가로부터 더 멀리, 더 높이 갈수록 방값은 내려갔다. 서울 내 저렴하다는 동네에서도 위치에 따른 격차는 다시 벌어졌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는 “신축빌라나 원룸 등을 제외하면 시내로부터 멀어질수록 저렴한 방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게 싼 방들은 주거환경이 좋지 못하다”며 “노후화가 많이 이뤄졌으며, 역에서 멀고 좁고 냄새도 나고, 반지하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여유가 있는 분들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업소를 운영하다보면 보증금 100~300, 월세 25~30만원 수준의 방을 원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증금 2000에 월세 25인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 포항에서 올라온 27살 취준생은 “햇빛이 안 드는 건 둘째 치고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안 된다”면서 “서울에서 자취와 저축을 동시에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번은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친형이 놀러온 적이 있는데, 방을 보더니 이 방(반지하)은 원래 건물 구조상 창고용으로 만들어진 공간인데, 이를 개조한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