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염원하던 회생을 할 수 있을까.
4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사회는 배우 김남길과 한지민이 맡았다. 영화제 측은 올해를 ‘영화제 부활 원년의 해’로 선언하고 과거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2014년 ‘다이빙벨’상영 이후 파행을 거듭해왔다.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던 이용관 위원장이 해촉됐다. 사실상 정치권의 눈밖에 났다는 이유로 해촉된 이 위원장을 둘러싸고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이 침해됐다며 영화 단체들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부산시 측의 부산국제영화제 강행으로 영화산업노조, 촬영감독조합, 감독조합 등 한국 영화를 이끄는 다양한 단체들이 영화제를 보이콧하고 나섰다.
하지만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르다. 이용관 전 위원장이 이사장으로 복귀했으며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합류했다. 부산시 또한 영화 단체 등에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며 오랜 협조 요청으로 보이콧 철회에 성공했다. 지난달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이사장은 “화합, 정상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영화제 개최 성공을 약속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 역시 “올해는 이후 30~40회의 기반을 다지는 도약의 해”라며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화합과 화해를 통해 영화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영화 축제 본연의 분위기를 복원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앞서 ‘다이빙벨’의 상영 금지로 촉발된 사건들 미해결로 인해 지난해 사퇴한 김동호 전 이사장과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의 갈등 역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전 집행위원장은 “어떻게 하든지 두 분을 부산국제영화제에 모셔서 영화제의 전통과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뭇 달라진 영화제 분위기를 증명하듯 유명 영화인들도 개막식에 줄이어 발걸음했다. 임권택·이장호·이준익·장률·김홍준·방은진·김용화·민규동·이해영·윤재호 감독 등을 비롯한 유수의 해외 영화감독들이 방문했다. 배우 신성일·김희라·이나영·이보희·안성기·오광록·김해숙·김의성·김희애·박해일·김대명·류현경 등 배우들도 레드카펫을 밟았다. 또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일본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가 부산을 찾아 개막식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영화제에선 전세계 79개국 32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지난해보다 20여편 늘어난 규모다. 이중 월드프리미어 작품은 115편이다. 개막작은 배우 이나영이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나영은 “굉장히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여서 즉시 출연을 결정했다”며 “관객들에게 내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폐막작은 홍콩 정통무술영화 '엽문' 시리즈의 스핀오프 버전인 '엽문 외전'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