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에 기댄 '성난황소', '냉장고 속 여자' 한계 극복할 수 있을까

마동석에 기댄 '성난황소', '냉장고 속 여자' 한계 극복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8-10-23 13:14:04

로버트 드 니로의 ‘성난황소’(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주먹으로 흥한 복서가 그 힘을 죄의식 없이 휘둘렀을 때, 어떤 징벌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고찰한 구원극이다. 한국판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둘은 전혀 다른 극이다. 마동석을 주인공으로 한 2018년의 ‘성난황소’는 재미와 액션을 추구한 오락극이다. 로버트 드 니로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마동석 그 자체를 기대한다면 다를 것이다.

23일 서울 CGV 압구정점에서 영화 ‘성난황소’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민호 감독은 “회의실에 홀로 앉아있는 마동석의 뒷모습을 보고 마치 황소 한 마리가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영화 제목이 ‘성난황소’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성난황소’는 한 번 화가 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마동석)이 납치된 아내 지수(송지효)를 구하기 위해 돌진하는 액션 영화다. 거칠었던 과거를 가진 동철은 지수를 만나 새로운 삶을 산다. 하지만 그녀가 납치당하자, 동철은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 

마동석은 ‘성난황소’에 관해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한 특이한 액션이 준비돼 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그간 복싱을 바탕으로 액션을 선보였던 마동석이 자신의 특기를 살린, 만화 같은 모습을 준비했다며 김민호 감독도 설명을 보탰다. 김 감독은 “마동석이기에 가능한, 어마어마한 괴력을 이용한 액션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고 밝혔다.

송지효가 연기한 지수 또한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송지효는 자신이 대역 연기 없이 전면적으로 액션에 임했다며 “촬영하는 동안 뛰면서 몸을 움직이니까 ‘나도 액션 영화를 찍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또한 마동석에 관해서는 “사실 극중에서는 단 두 번 만났을 뿐”이라며 “만나는 장면이 적어 아쉬웠지만 짧은 시간 안에도 배울 점이 많아 좋았다”고 호감을 표했다. 덧붙여 ‘성난황소’ 출연 계기에 관해서도 “마동석이 출연한다고 해서 무조건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성난황소’는 마동석의 이미지에 기대어 만들어진 영화다. 마동석이 최근 국내 콘텐츠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대부분 ‘위협적이지만 자신의 사람에게는 의외의 면모를 보이는 남자’다. ‘성난황소’속 동철 또한 같다. 마동석에게서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이 그대로 영화속에 녹아있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친근함과 스타성에 기대어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성난황소’의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이날 김민호 감독은 지수 배역에 관해 “내가 동철이라면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구하고 싶은 사람이 송지효였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으며, 납치범 기태 역을 맡은 김성오는 “송지효씨가 무척 예뻐서 어쩔 수 없이 납치하게 된 역할”이라고 농담을 섞어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감독의 말대로라면 지수는 이른바 ‘냉장고 속의 여자’(만화, 영화 등에서 주인공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비극적으로 희생당하는 여성 캐릭터를 일컫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관객들은 단순히 마동석만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지는 않을 것이기에 ‘성난황소’가 극복해야 하는 한계는 명확하다.

김 감독은 이날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이니 올 연말에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난황소’는 과연 종합 선물 세트가 될 수 있을까. 오는 11월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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