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 사망 모녀, 아빠는 어디에

[기자수첩] 제주 사망 모녀, 아빠는 어디에

기사승인 2018-11-09 00:03:00

제주 모녀 사망사건 기사를 보고 나는 메갈(메갈리아, 페미니즘 커뮤니티 사이트 유저)이 됐다.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치 않게 내가 메갈이 된 이유는 기사에 달린 한 댓글 때문이다.

지난 7일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엄마가 제주항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기도에서 남편 없이 조부모와 함께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진 33세 젊은 엄마는 3일 동안 묵었던 제주도 숙소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을 남겼다. 숨진 채 발견된 모녀가 마지막으로 찍힌 CCTV 영상에는 엄마가 아이를 이불에 감싸 꼭 안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삶이 고달파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되새겼을 엄마와 아무것도 모른 채 따뜻한 엄마 품에 안겨 있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진다”, “마지막 식사가 겨우 우유와 컵라면이라니 얼마나 희망없이 비참한 상황이었을까. 아기를 데리고 갔다고 탓을 하고 싶은데 그 새벽 어둡고 찬 바다 앞에서 흘렸을 피눈물에 상상만으로도 맘이 저리다”, “처음 이 기사 접했을 땐 자기 힘들다고 애까지 죽이는 나쁜 여자라 생각했다. 무엇이 그녀를 사랑하는 아이와 찬 바다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 걸까”, “남편은 집 나가고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하려고 아이 데리고 떠났던 적이 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맛있는 걸 사줬더니 '엄마 너무 맛있다. 내일 여기 또 오자'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은 적이 있다” 등 위로의 글이 이어졌다.

아직 세상은 따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아이 아빠는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는 비난에 달린 대댓글을 보았다. “여기서도 아빠 탓이냐. 메갈이냐” 였다. 이성 혐오 발언에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은 댓글을 봐 왔지만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이 시점에 적절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화도 났다. 미혼모를 지적하면 메갈, 즉 극단적 페미니스트가 되는구나.

사실 아직까지 숨진 모녀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없어 왜 홀로 아이를 키웠는지, 어떤 이유에서 사망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남편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이 미혼모·미혼부 문제는 계속 나왔다.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는 것, 책임을 지지 않는 남편이 많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는 줄 알았다. 하긴, 열악한 미혼모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기사를 쓴 후 ‘여성을 두둔하지 말라’는 메일을 받기도 했으니 다는 아니다. 

아이에 대한 책임을 왜 엄마에게만 지게 하는지, 미혼모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자고 하는 것이 왜 페미니즘인진 모르겠다. 미혼모건 미혼부건, 이혼이건 함께 낳은 아이는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그렇게 정의롭지 못한 건가?

어쨌든 죄가 없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미혼모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기사는 나갈 것이다. 그것이 페미니스트고 메갈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그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있으니까.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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