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를 두고 불편한 관계를 보여온 두 기관은 최근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의 출처를 두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1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바이오의 내부문건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해당 자료의 출처에 대해 금감원을 집중 추궁했다.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금융감독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특수조직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한 인사 및 예산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금융위의 정책 및 감독 기능을 분리하기 위해 금감원에 감독 기능을 모두 몰아주고 금융위는 정책기능에 집중하는 방향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박용진 의원이 해당 자료를 공개한 이후 금융위에서 해당 자료의 출처를 금감원으로 의심하고 자료 출처에 대해 추궁했다. 금감원은 해당 자료가 금감원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 실무진 측은 자료를 의원실 측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해명했으나 금융위의 계속된 책임 추궁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결국 금감원은 박용진 의원실 측에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의 자료 출처에 대해 해명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같은 금융위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박용진 의원실에 내부 자료를 제공한 사람이 누군지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을 집중적으로 책임을 추궁한 것은 금감원이 자료를 유출했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위는 금감원이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삼성바이오 내부문건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삼바 관련 자료가 유출된 뒤에는 금감원이 있었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제보된) 삼성바이오의 내부문건이 돌아다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현재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집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삼성바이오 내부문건 뿐만 아니라 앞서 여러 건에서 문제가 있고, 그와 관련해 금감원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두고 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박용진 의원실 측은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금감원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입수한 것으로 밝혔다. 박용진 의원실 한 보좌관은 “당초 금감원에 해당 자료의 제공을 요청했지만 금감원이 이를 거부해 다른 루트를 통해 내부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증선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안건을 상정·심의한다. 증선위는 이번 회의에서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