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장 선임 본격화...지주-은행 '갈등 딛고 화합의 길 걷나?'

대구은행장 선임 본격화...지주-은행 '갈등 딛고 화합의 길 걷나?'

기사승인 2018-11-19 21:53:06

DGB대구은행 이사회가 19일 지주에서 요청한 ‘경영관련 중요규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함에 따라 8개월째 공석인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가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임 은행장 선임 문제를 놓고 지금까지 지주와 은행 이사회 간 이견을 보여 온 만큼 지주에서 내놓은 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 어느 정도 수용될 지 여부에 따라 2라운드 내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DGB대구은행 이사회는 이날 은행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지주에서 요청한 ‘경영관련 중요규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DGB금융지주는 지난 9월 발표한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규정 개정은 CEO 육성 및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사회의 경영감시기능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 본격화

DGB금융지주는 올해 안에 공석인 대구은행장 선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뜻을 피력한 만큼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은행 이사회가 차기 은행장 선임절차개시를 지주사에 요구하면 곧바로 자추위가 꾸려진다. 관건은 자추위가 행장후보 자격요건을 확정하기 전 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 여부다. 

핵심은 행장 자격요건 완화다. 이전에는 20년 이상의 금융회사 경력을 갖추면 됐으나 앞으로는 이중 최소 5년 이상의 등기임원 경험과 마케팅, 경영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인물이 은행장이 되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문제는 은행 내부에는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을 포함해 5년 이상 등기임원 경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 그나마 퇴직 임원 중에 3~4명 정도가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수성구청 펀드손실보전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후보군이 약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은행 이사회는 자추위에 ‘금융권 임원경력 5년 이상’ 이라는 강화된 은행장 자격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박인규 전 회장 겸 은행장 퇴임 당시 ‘회장은 외부, 은행장은 내부출신’으로 사실상 내부 정리를 한 만큼 이 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장 선임에 대한 추천권은 개정된 규정에 따라 자추위가 가지지만 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장은 외부, 은행장은 내부출신’ 이견 없을 듯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직설이나 외부 낙하산 인사설은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김 회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회장·은행장 분리와 관련해)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현재로선 회장 업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과분하다”며 일부에서 흘러나온 은행장 겸임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시계를 돌려 지난 4월로 거슬러가 보면 똑같은 우려가 제기 됐었다. 지주 이사회는 잇따른 내부 비리가 ’제왕적 권력’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 선임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유는 지주 회장을 먼저 뽑을 경우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은행장에 앉힐 수 있다는 우려감과 지주 회장이 분리를 반대하고 은행장 겸직을 고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공모는 이사회의 결정대로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김경룡 은행장 내정자가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낙마하는 악재가 겹쳐 지금까지 은행장은 대행체제로 이어졌다.

내부에서도 회장과 은행장은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사회가 밝힌 직원 대상 설문조사에 지주·은행 분리를 선호하는 의견이 59.43%로, 겸직(39.91%) 의견보다 많았고 분리 시 회장은 순수 외부인사, 은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25.54%로 가장 높게 나왔다.

무엇보다 대구은행은 지역민과 함께 성장해온 만큼 잇따른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당초 약속을 뒤집고 외부 출신 인사를 은행장으로 내정할 경우 지역 정서에 사실상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대구=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

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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