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사업가 된 ZE:A 문준영 “틀을 깨뜨렸어요”

[쿠키인터뷰] 사업가 된 ZE:A 문준영 “틀을 깨뜨렸어요”

사업가 된 ZE:A 문준영 “틀을 깨뜨렸어요”

기사승인 2018-11-23 00:01:00

소년은 아이돌 가수를 꿈꿨다. 16세에 기획사에 들어가 5년 동안 연습생으로 지냈다. 데뷔가 아득히 먼 얘기 같을 때도 소년은 기죽지 않았다. 연습생으로 동고동락하던 고등학교 친구에게도 늘 ‘우린 할 수 있다’며 기운을 불어넣었다. 21세, 소년은 꿈을 이뤘다. 한 그룹의 리더로 데뷔해 멤버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부담도 컸다. 소년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졌다. 당차던 소년은 자신이 ‘쫄보’가 돼간다고 느꼈다. 어느 날, 이젠 같은 그룹 동료가 된 친구가 말했다. “야! 넌 고등학생 때가 더 멋있었어.” ‘딩!’ 소년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 후로 자신을 가두던 틀을 깨기 위한 소년의 분투가 시작됐다. 공연기획사 대표가 된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문준영의 이야기다.

문준영은 지난 8월 법인 회사 엑사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 자료량을 나타내는 단위 중 가장 큰 ‘엑사바이트’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 직원은 20명가량으로 2~30대 청년이 대부분이다. 법인 설립에는 그가 롤모델로 삼던 지인이 도움을 줬다. ‘하고 싶었던 건 다 해봤잖아. 이만하면 네가 뭘 잘할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라는 지인의 말에, 문준영은 피가 끓었다. 회사를 차리고 나서부턴 매일 바쁘다. 휴대전화도 쉴 새 없이 울려댄다. 그의 결정을 기다리는 직원들의 전화가 빗발쳐서다. 얼마 전부터는 경영자 과정 모임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문준영은 “좋아하는 여자가 갑자기 생긴 것처럼, 설레는 나날의 연속”이라며 웃었다.

회사를 차리기 전까지, 문준영은 자신의 틀을 깨는 과정을 거듭해왔다. ‘토종’ DJ들의 견제를 견디며 클럽에서 공연하기도 하고,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땀의 가치를 깨닫기도 했다. 그에겐 창피하거나 두려운 일은 없었다. “사지 멀쩡한데,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문준영은 명쾌하게 말했다. 한 번은 팀 해체를 앞둔 후배 아이돌 가수가 자신을 찾아와 ‘돈 어떻게 벌어야 해요?’ 물은 적이 있단다. 문준영은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을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저기서 아르바이트해.’ 그는 ‘난 연예인이라 못해’라는 생각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TV 나왔던 사람이 다른 일을 하려고 하면, 주변에선 도와주거나 손뼉 쳐주지 손가락질하지 않아요. 사회에 나와서 견습생 과정을 거쳐야 해요.”

문준영이 처음 자신의 틀을 깰 수 있었던 데에는 광희의 도움이 컸다. 광희가 MBC ‘무한도전’ 식스맨에 뽑힐 무렵이었다. 당시 문준영은 광희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게 멋져 보였다고 했다. 어느 날 예능 활동이 힘들지 않냐는 문준영의 질문에 광희는 이렇게 답했다. ‘힘들어. 그런데 난 이거 해야겠어.’ 당시 DJ 시장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던 문준영은 광희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광희는 새로 도약하려는 문준영에게 치열한 현실을 알려줬다. ‘너 그거(디제잉) 할 수 있겠어? 나보다 더 욕먹을걸?’ 그리고는 덧붙였다. ‘너, 하려면 제대로 해. 나중에 쪽팔린다고 하지 말고.’ 

용기를 얻은 문준영은 DJ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클럽을 주름잡던 DJ들에게 문준영은 볼썽사나운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버티고 버텼다. 음악을 잘 틀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갈고닦았다. 덕분에 요즘은 클럽 DJ들과도 호형호제한다. 얼마 전엔 발달장애인을 위한 DJ 페스티벌에도 참여했다. 문준영은 “그 친구들(발달장애인)의 부모님들께서 ‘아이가 행복해 보인다’며 많이 우셨다. 덕분에 클럽 문화가 나쁘다는 편견이 깨진 것 같았다”며 “이런 공연도 하나의 시장을 이뤄 더 커질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문준영의 새로운 꿈은 자신의 회사 이름을 딴 페스티벌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엔 K팝과 EDM이 결합한 페스티벌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은 해외 시장을 겨냥할 생각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사례처럼, K팝 가수들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지금의 상황을 문준영은 호재로 봤다. 그는 “어디서든 ‘K팝 웰컴’하는 상황이다. (해외 시장으로)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우리 콘텐츠를 많이 보여주고 함께 협업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EDM을 곁들인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공연 기획 경력을 가진 회사 직원이 많아 네트워크도 좋단다. 문준영은 “내년 여름께는 엑사의 페스티벌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제국의 아이들로 활동할 땐 부담이 컸어요. 우리 멤버들, 우리 회사, 우리 팬들이 다 잘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7년 동안 갖고 있었죠. 지금은 어떠냐고요? 책임감이 두 배예요.(웃음) 회사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제국의 아이들 이름에 먹칠해선 안 된다는 책임감. 그런데 이젠 그게 부담으로 저를 누르진 않아요. 오히려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고 그게 자신감의 원천이 돼요. 욕먹지 않으려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하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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