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혜수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한시현 같은 태도로 연기했어요”

[쿠키인터뷰] 김혜수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한시현 같은 태도로 연기했어요”

김혜수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한시현 같은 태도로 연기했어요”

기사승인 2018-12-04 05:00:00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을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누군가에겐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을 돌아보는 현대사 영화로, 다른 누군가에겐 현재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교육용 영화로 읽힐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의 한국 버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할 것이고, 한국 영화에 첫 출연한 뱅상 카셀을 보는 데 의의를 둘 수도 있다.

동시에 ‘국가부도의 날’은 많은 관객들에게 김혜수의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만큼 김혜수의 역할이 중요한 영화였고 그에 맞는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김혜수에게도 ‘국가부도의 날’은 특별했다. 최근 서울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위해 한시현 같은 태도로 임했다고 털어놧다.

“영화를 만들다보면 저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놓치는 부분이 있고 결과적으로 아쉬움도 남아요. ‘국가부도의 날’에 참여할 때는 ‘정말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제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죠. 저도 한시현 같은 태도로 연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또 따져보고 준비했어요. 현장에 나갈 때까지 제 스스로를 검증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었어요. 한시현의 진심이 관객에게 전달되려면 현장에서 대사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야 되거든요. 완전히 없애는 건 안 돼도 정말 최소화해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실 배우들은 연기를 하고 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제작진이 영화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는 게 고마워요.”

영화 속에서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은 유일하게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를 감지하는 인물이다.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한시현의 말과 행동에 관객들을 자연히 이끌려간다. 김혜수는 가상의 인물인 한시현에 대해 묵묵히 고군분투했던 인물이었을 거라고 했다.

“제가 생각하는 한시현이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인 분위기, 그것도 특히 더 보수적이었던 금융조직에서 실력으로 올라간 인물이에요. 그래서 비상 상황이 생기면 한시현을 찾을 수밖에 없는 거죠. 일의 실체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사람이잖아요. 한시현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해서 눈 하나 깜짝 안 해요. 전 그게 그 순간뿐이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숱하게 겪은 일인 거죠. 그만큼 자신의 소임을 꿋꿋하게 지켜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인 거고요. 멋지게 할 말하고 당당한 여성의 표상이라기보다는 그 힘든 시절에도 묵묵하게 자기 소임을 다하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연기하면서 가장 주안점 둔 건 한시현 같은 사명감을 가진 사람의 태도예요. 그걸 제가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고민했죠.”

그럼에도 ‘국가부도의 날’은 여성영화로 읽히는 면이 많은 영화다.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수동적인 여성 주인이 아니라는 점, 여성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는 장면이 반복되는 점, 김혜수에서 한지민으로 주인공의 계보가 이어지는 점 등이 그렇다. 하지만 김혜수는 그렇게까지 의식하진 않았다고 했다. 여성 영화인들이 참여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얘기였다.

“그렇게 거창하게 여성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한시현은 여자가 해도, 남자가 해도 괜찮은 인물이에요. 한시현이 제대로 그려지기만 한다면 무방하다고 생각했죠. 다만 그런 건 있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영화 제작자와 현장 PD도 여성이었어요. 한 번도 우리끼리 근사한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한 적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한시현과 같은 태도로 이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든 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각자의 본분과 영화의 목적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죠. 그 결과 바람직한 여성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28일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은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김혜수는 영화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는지 귀띔했다.

“질문을 건네는 영화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막아보려고 했지만 실패한 이야기로 받아들이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결국 역이용하는 게 답인가 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실체 없는 교훈적 메시지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반복되는 위기에서 우리가 하는 판단과 선택에 전제된 삶의 태도를 환기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론 영화를 보신 분들이 개인적인 경험이든, 영화 속 생각이든 영화 외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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