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첫 재판의 막이 올랐다. 재판 당사자인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은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기 거부하며 침묵을 지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0일 오후 2시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준비 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날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 전체 증거 기록 중 40%만 열람·등사하게 했다”며 “전체 기록 열람·등사가 허용돼야 (혐의 인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혐의에 대한 실체적 파악을 위해 전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공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전체 기록을 넘기기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준비기일 전까지 전체 기록에 대해 열람·등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쌍방이 협조해달라”고 권고했다.
임 전 차장은 그간 사법농단 관련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는 지난 10월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혐의를 인정하느냐’ ‘사법농단 문건 지시 등은 독단적인 판단이었느냐’ 등의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히 답하겠다”며 입을 닫았다.
같은 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서도 혐의 사실 인정 여부와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임 전 차장의 침묵은 검찰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임 전 차장은 구속된 후 검찰 조사 때마다 ‘묵비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이 혐의에 대한 전체 기록을 확보, 파악한 후 묵비권 전략을 철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 전 차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의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지냈다. 법관사찰과 재판거래, 헌법재판소 기밀유출 의혹 등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돼왔다. 검찰은 특히 임 전 차장이 일제 강제동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의 특허 관련 소송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