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창립 60년 만에 상장을 추진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등으로 선제적 자본 확충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11일 정기이사회에서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 추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오는 2022년 국제회계기준(IFRS17)·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고 이를 통해 자본확충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한층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 설명했다.
특히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 부채가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된다. 이처럼 생보업계 전체 수입보험료의 33%가량을 차지하는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새로 편입되는 것. 보험사마다 부채 규모가 급증하면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현재 지급여력비율(RBC)이 292%로 기준치(100%)를 웃돌지만, 과거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 판매가 많아 IFRS17이 시행되면 부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더욱 강화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추진한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교보생명이 IPO 추진을 결정한 것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발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0%를 사면서 2015년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을 받았다.
그런데 약속한 시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FI들은 최근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1조2000억원의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상태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FI들 가운데 어피너티가 풋옵션 행사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내년 안에 증시 상장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FI들을 달래려는 포석도 이번 IPO 추진 결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IPO가 성사되면 동양생명(2009년 10월), 한화생명(2010년 3월), 삼성생명(2010년 5월), 미래에셋생명(2015년 7월), 오렌지라이프(2017년 5월)에 이어 6번째가 된다. 교보생명은 총자산 107조원, 자기자본 10조원, 보유계약 430만명, 계약액 305조원에 이른다.
한편 교보증권,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AXA자산운용, KCA손해사정, 교보정보통신, 교보리얼코, 생보부동산신탁 등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