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페스티벌 개막 첫날인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 들어서자 독창적 인테리어, 감각적 디자인 부스가 단번에 눈길을 붙잡았다. 이날 오전께 찾아간 행사장은 이미 가족·연인 등 참관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올해 17회를 맞은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영레트로, 미래로 후진하는 디자인’을 주제로 220여개 브랜드와 60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코너에 들어서자,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펼쳐졌다. 공예, 그래픽, 리빙, 인테리어, 패션 등 각 분야를 총망라했다.
‘새로운 경험으로서의 과거’. ‘영레트로’ 현상은 최근 2030세대에게 큰 이슈다. 겪어보지 못한 과거를 새로운 경험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복고’ 와는 차이가 있다. 이미 영 레트로는 대중문화부터 전 산업에 파고들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사라져 가는 아날로그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갖고 싶은 소품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전통 소재와 IT기술을 결합해 실용성을 극대화하는 등 각 브랜드의 개성으로 재해석한 작품과 상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성냥, 향, 지우개, 연필 등에 현대적 감성을 입혀 디자인 소품으로 탈바꿈 시킨 ‘오이뮤’, 창의력 넘치는 디자인을 적용해 한 장 씩 떼어내는 일력의 매력을 극대화한 ‘오디너리피플’ 등의 브랜드 부스가 참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울러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한반도 지도.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태극기로 표현한 디자인 굿즈. 판매 수익금 일부를 탈북민 단체 및 해외 입양아·다문화 가정에 기부해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있는 ‘착한 브랜드’들도 소개됐다.
태극기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 박병진 디자이너는 “‘언제 어디서나 태극기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관련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페스티벌 참관객들이 애국심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은아 디자이너의 부스도 참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시장에 공중전화 박스와 다이얼 전화기를 설치했다. 참관객은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누구에게도 말 못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설 디자이너는 이 사연을 모아 세상의 끝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의 바람 속으로 흘려보낼 계획이다.
제지 업체들은 이색 아이디어 부스로 재미를 더했다. 한솔은 디자이너에게 인기가 높은 고급지 ‘인스퍼’로 만든 모형 상품을 진열한 편의점 컨셉 부스를 선보였다. 한솔 관계자는 “참관객에게 종이 브랜드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컵라면, 과자, 등 모두 '인스퍼'지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페스티벌은 최근 친환경 트렌드에 발 맞춰, 업사이클링 디자인 제품 및 체험 클래스도 선보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래코드'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은 재활용 니트의 실을 풀어 연말에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소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주류 브랜드 ‘앱솔루트’ 부스 역시 줄이 늘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벤트에 참여하면 현장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해 직접 제작 가능한 에코백을 선착순으로 선물했다. 앱솔루트는 오는 15일 2시 신진 아티스트과의 콜라보레이션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러 기업과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미래 디자인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에 참관객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앱솔루트와 코오롱FnC 래코드 말고도 네이버, 배달의 민족, 디자인프레스 등 여러 영역의 기업들이 참여해 이색 매력을 뽐냈다.
한편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오는 16일까지 5일간 진행되 글로벌 스타 디자이너가 들려주는 ‘디자인 세미나’, 타이완의 영디자이너와 이탈리아 명문 디자인 스쿨을 소개 하는 ‘글로벌콘텐츠’ 등 다양한 부대행사와 이벤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