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동네에 조현병 환자가 산다면?

[기자수첩] 우리동네에 조현병 환자가 산다면?

기사승인 2018-12-13 00:32:00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조현병 질환자의 범죄가 언론 보도로 전해지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서 대책 요구란, 조현병 환자가 거리를 활보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의미 같다. 그리고 관리란 ‘통제’, ‘격리’, ‘차단’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듯하다. 

우리사회가 정신장애인을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이 아니라 ‘치료가 시급한 환자’로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이 ‘일반인’에 의한 그것보다 현저히 낮음에도 언론은 피의자의 정신질환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강력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 언론은 앞 다퉈 피의자의 정신병력 여부부터 확인한다. ‘범죄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뉴스는 ‘정신장애인=위험하다’는 인식을 심는다. 심지어 지역에 정신질환자가 살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또한 당장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면 정신장애인은 일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이들을 고용하지 못하겠다고 난색을 보이는 사업장은 매우 많다. 

여러 정신장애인들은 일부의 범죄가 미디어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지면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우리사회가 이들을 사회적 약자가 아닌,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이들에 대한 정책 수립도 정책 수혜자만 제외한 채 논의된다. 

근대 치안국가에서 자행된 사회적 약자를 격리하고 배제했던 행태가 이름만 달리한 채 사실상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선봉에 나와 같은 언론인이 부지불식간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무서워진다.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언론의 반성을 촉구한 이유는 하나다. 인식이 바뀌면 태도가 변하기 때문이다.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그 정책 수혜자에게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가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러한 태도 여부에 따라 조성된 여론도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보건당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커뮤니티케어는 정신장애인의 치료만큼이나 이들을 지역에 발붙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이 확보돼야 한다. 중증 정신장애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이들이 지역에서 소통할 공간이란 사실상 전무하다.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온라인으로 모여들지만, 제대로 된 소통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게 이들은 점점 고립돼간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는 정신장애인들에게 커뮤니티케어가 치료 보다 지지체계망으로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커뮤니티케어는 정신장애인으로부터 지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발붙이고 살도록 보호망으로써 설계돼야 한다. 

정부와 강자가 약자를 돕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정신장애인을 관리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에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