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부산 등 지방 대도시 지역의 집값이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투기세력 및 건설사로 인한 지방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맞물리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17일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10일 기준 매매가격은 0.05% 하락, 전세가격은 0.08% 하락했다. 지역별로 수도권(-0.03%→-0.02%) 및 서울(-0.06%→-0.05%)은 하락폭 축소, 지방(-0.07%→-0.07%)은 하락폭을 유지했다.
특히 지방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울산과 부산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울산의 경우 2017년 –2.53%에서 올해 –10.92%로 큰 변동률을 보였다. 이어 부산(2.36%→-4.04%), 경남(-4.64%→-9.84%), 충북(-2.53%→-6.67%)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주 단위로 살펴보면 울산은 0.30% 하락하면서 지난주(-0.32%)에 비해 하락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부산(-0.10%)·경북(-0.17%)·충북(-0.17%)·경남(-0.16%)·충남(-0.12%)·강원(-0.11%)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현상이라 진단했다. 그리고 거품은 투기세력과 건설사들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팀장은 “심증뿐이지만 투기꾼들이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등으로 옮겨 다니며 집값 상승을 조장해왔다”며 “건설사는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 집을 더 지었고, 이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를 가해 서울보다 지방에서 먼저 거품이 빠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 관계자도 “지방에 일부 광역시나 특정 도시의 집값 거품 현상은 투기세력의 지방 시장 진입 등이 원인이 일부 작용했다”며 “그 때 올랐던 가격 거품이 최근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의 영향으로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옥죄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본부장은 “과거 경험을 보면 주택경기가 나빠질 땐 지방부터, 좋을 땐 서울부터 좋아졌다”며 “현재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인해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건, 지방 부동산 시장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경북 등에서는 부도난 중견 건설업체도 나왔다”며 “서울 집값을 잡더라도 대책들이 지나치게 지방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면 지역경기가 안 좋아지니까 섬세하게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