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 문제 등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주거 안정화를 위한 환경 시설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사 ‘금성백조’가 한강신도시 일대에 공급한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한강신도시 예미지’ 바로 인접한 곳에 송전탑과 같은 시설물이 위치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실제 창원, 광주 등 전국 각지에 있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송전탑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주거 트렌드가 친환경이 대세인 만큼 송전탑과 같은 시설은 민감한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직 송전탑과 같은 시설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결국 리스크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 송전탑 초인접 뉴스테이 ‘한강신도시 예미지’…임차인 모집에 깨알글씨로만 언급
금성백조가 공급하는 대규모 뉴스테이 단지 ‘한강신도시 예미지’가 입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아파트 바로 인접한 곳에 송전탑이 위치해 있어서다.
현장을 방문한 결과 아파트에서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동은 송전탑까지 거리는 100미터 이내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곧바로 송전탑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
송전탑과 인접한 주거지역이 논란이 되는 것은 외관상의 문제도 있지만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도 많아서다.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충남 당진의 한 마을에선 90년대 말 고압송전탑이 들어선 이후 24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언론보도로 나와 논란이 됐다.
시공과 관리를 맡은 ‘금성백조’ 측은 분양 당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임차인 모집 사항에서 깨알같은 글씨로 ‘본 사업지가 속한 김포한강신도시 구례지구 인근 한국전력공사 김포전력지사 도시 기반시설에 대하여 인지하고 청약신청 및 계약을 체결하시기 바라며, 현장 미확인에 따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는 일반적으로 입주자들로부터 소송을 피하기 위한 책임 회피와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성백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분양 시에는 홈페이지 등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기재하지 않는다. 입차인 모집공고에만 언급했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다른 건설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 문의가 많이 와서 송전탑 관련 문제를 입주자들에게 전달해줬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해당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자 A씨는 “모델하우스에서 문의를 했을 때도 단 한번도 송전탑 얘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장에 안 가 본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입주자에게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듣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 송전탑 전자파 인체 유해성 논란 진행형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실제 전국 각지에 있는 지역 거주민들이 송전탑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는 완도-제주 간 해저송전선로 공사 문제가 지역 거주자들의 반발로 인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전탑 건설 반대하는 이들은 전자파로 인해 암, 뇌종양 등 질병 발병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제기하고 있다.
2007년 6월 8일 양주시의회 장재훈 의원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120여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암 발병 현황을 조사한 결과 1992년 변전소가 설치돼 송전탑이 세워지고 고압 송전선이 마을을 지나면서부터 암환자가 집중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장수마을로 알려진 경기도 여주시의 한 마을도 1992년 변전소와 송전선로가 들어선 이후 1996년~2008년 사이 주민 670명 가운데 29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2년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극저주파 전자파를 2B(발암 가능성 물질)로 분류했다.
미국 전자방사선정책연구소 케이티 싱어 연구원이 쓴 원본을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가 번역한 '전자파 침묵의 봄'이라는 저서에 따르면 전자파로 인해 인체에 나타나는 뇌종양, 당뇨병, 어린이 백혈병, 자폐증 등과 같은 질병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전 국립환경과학원 박석순 원장은 “전자파가 뇌종양 문제, 임산부에 대한 유해성, 당뇨병, 치매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전자파에 인체유해성에 대해 2B(발암 가능성 물질) 보다 리스크가 큰 1(인간에게 발암 우려가 있는 물질)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시설과 인접한 곳에 송전탑이 설치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가 전자파 등 환경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쉴드그린 서한동 대표는 “전자파와 같은 자기장 특성은 거리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거리에 반비례해서 강도는 약해진다”며 “정부에서도 전자파에 대한 적정 거리를 두라고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경우 전자파에 대해 기준이 명확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북유럽의 경우 송전탑과 거주 지역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